코스닥지수가 3년5개월여 만에 700선을 돌파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재평가 작업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코스닥 상장 기업'이라는 사실이 주가에 할인 요소로 작용했지만 최근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확연하게 달라지면서 유가증권시장의 경쟁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을 젖히고 업종 대표주로 거듭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자' 취급 끝났다 코스닥시장은 25일 20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적인 강세를 나타내며 700선을 넘었다. 11월 한 달 내내 지수가 빨간색을 보인 셈이다. 코스닥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위상도 격상되고 있다. 과거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에 밀려 '서자' 취급을 받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당당히 업종 대표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NHN과 유가증권시장의 경쟁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1조6700억원 선으로 NHN의 1조3500억원에 앞섰지만 지금은 NHN이 3조9683억원으로 엔씨소프트(1조7503억원)의 두배를 넘고 있다. 무선인터넷 분야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무선인터넷 대장주인 다날이 하반기 들어 강세를 나타내며 유가증권시장의 무선인터넷 업체인 유엔젤 텔코웨어 등을 모두 시가총액 순위에서 앞질렀다. 다른 IT(정보기술) 분야에서도 코스닥 기업의 할인율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스닥 CCFL(냉음극형광램프) 업체인 우리이티아이는 올 7월 상장하자마자 강세를 이어 나가며 시가총액에서 라이벌사인 금호전기에 육박했다. 반도체장비 부문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과 디엠에스 등 코스닥 대표주들이 케이씨텍신성이엔지 등 유가증권시장 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다. 코스닥의 유일한 증권주인 키움닷컴증권도 무서운 속도로 강세를 이어 나가며 유가증권시장의 증권주들을 젖히고 있다. 25일 현재 시가총액이 4095억원으로 교보증권(3600억원),하나증권(3381억원) 등을 넘어섰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는 코스닥 CJ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이 3922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경쟁자인 IHQ(3314억원)를 눌렀다. ◆기관♥외국인 보는 눈 달라졌다 코스닥 업체라면 덮어놓고 할인율을 적용하던 기관이나 외국계 투자자들의 시각은 최근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오히려 그동안 저평가를 받아왔다는 인식 아래 코스닥 우량주에 대한 매수 강도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우량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우량주에 대한 기관과 외국인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수급 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의 중심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변화한 것은 사실상 1997년 코스닥시장이 본격 출범한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선도주의 질적 변화가 코스닥시장을 장기 상승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