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사공이 너무 많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이 '2006년 경제정책운용-10대 긴급제안'을 주제로 25일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월례 토론회에선 참여정부 들어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지고,여타 정책들에 비해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질책과 우려가 쏟아졌다. 한국선진화포럼은 국내 원로급 전·현직 경제관료,경제학자,기업인 등이 주축이 돼 지난 9월 출범한 단체.따라서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비판과 제안은 진념 서강대 교수(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때 경제정책을 진두 지휘했던 원로급 인사들의 의견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선진화포럼은 10대 긴급제언을 연말께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경제부총리에 힘 실어줘야 주제발표를 맡은 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경제정책에서 예전처럼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모습이 잘 안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경제정책 결정에 정치적 요인이 개입되고 의견 조율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덕우 이사장은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를 겨냥,"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려면 같은 방향으로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경제부총리가 수장으로 있는 재경부가 지금 각 부처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코디네이트(조정)'할 능력이 있는지 말해 보라"고 다그쳤다. 김 차관보는 이에 대해 "과거 재정경제원이 갖고 있던 권한이 지금은 다른 부처로 많이 넘어가 예전과 같이 일관성 있고 파워풀한 정책 집행은 어렵다"며 "앞으로 경제부총리에게 좀더 힘이 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수긍했다. 진념 교수는 "내년처럼 각종 정치 일정이 많은 해에는 경제정책이 엄청나게 왜곡되게 마련"이라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민생을 살리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지출 줄이고,규제 풀어야 정부의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 교수는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 부진"이라며 "규제혁파는 돈 안드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촉진 시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현재 일부 규제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일몰제(일정 시한이 지나면 규제가 자연적으로 폐지되는 제도)'를 국가안보 국민생활보호 등을 제외한 모든 규제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또 성장동력 산업을 인수·합병하는 기업에 대해선 출자총액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2년간 정부예산(일반회계 기준)을 10% 절감하고,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주요 국책사업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국민의 정부 5년간 국가채무가 무려 73조원이나 증가했고,참여정부 5년 동안에도 165조원(공적자금 국채전환 49조원 포함)이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