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연속타를 친 멜로 영화 중 하나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다양한 캐릭터의 연인들이 각각의 성격에 맞는 의상을 입고 나온다.


영화에서 섹시하고 도도한 정신과 여의사로 등장하는 엄정화(허유정 역)는 극중 각종 명품 브랜드 의상과 소품으로 당차면서도 화려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특히 황정민(나형사 역)과 처음 만났을 때 엄정화가 입었던 흰색 블라우스는 영화 중에서 TV 시사 프로그램의 패널로 등장하는 그녀의 세련되면서도 지적인 모습,그러면서도 톡톡 튀는 분위기를 멋들어지게 연출했다.


소매 윗부분은 봉긋하고 팔뚝에서 팔꿈치까지는 꼭 끼는 디자인,어깨선과 앞가슴 부분에 섬세하게 잡은 주름,칼라의 끝을 길게 늘어뜨려 넥타이처럼 묶는 스타일의 이 블라우스는 우리나라에 한 장밖에 없는 루이비통 제품이라고 한다.


가격만 무려 1000만원 선.


돈 있는 젊은 이혼녀이자 의사란 직업을 가진 허유정에게는 너무도 어울리는 소비 패턴이지만 그 비싼 명품 의상들을 모시고 촬영해야 했던 스타일리스트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예를 들면 일식집에서 회식하는 장면을 찍을 때 황정민이 음식물을 튀게 한 블라우스는? 물론 진품이 아니다.


그 장면에서 엄정화가 입었던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가 옷감을 떠다 똑같이 만든 이미테이션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 업체가 세계 각처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이처럼 비싼 명품을 선호하는 풍조를 탓할 일 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MCM이나 휠라처럼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를 국내 업체들이 인수할 수 있었던 것,제일모직이 한국 출신 유망 디자이너 지원을 위해 패션 디자인 펀드를 설립한 것 등도 명품 열풍으로 인해 높아진 소비자들의 안목을 맞추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유미하 패션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