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지난 3월 LG전자와 ㈜LG의 경영진과 임원들에게 '성과 연동형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또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내 연구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할 방침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내년부터 핵심 외국인 인력 영입 등 특별히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3년 단위로 업무 실적을 평가해 현금으로 보상하는 '장기 성과 인센티브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그룹들이 스톡옵션 제도에 대해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면서 새삼 스톡옵션의 장단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두 그룹의 엇갈리는 행보는 이제 스톡옵션 제도가 기업의 목표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는 정착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국내 기업들의 스톡옵션 부여 현황을 살펴봐도 이런 전환기의 징후를 읽을 수 있다.


국내 상장 업체 가운데 스톡옵션을 시행 중인 기업 수는 2000년 이후 점차 증가하다가 2002년을 정점으로 몇 년째 주춤하고 있다.


그런데 스톡옵션 부여 주식 수는 2001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다 올 들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스톡옵션이란


스톡옵션이란 일정 기간 후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를 테면 A기업이 신임 최고경영자(CEO) B씨에게 취임 3년 뒤부터(행사 시기) 주당 1만원(행사 가격)에 스톡옵션 5만주를 부여했다고 하자.


A사의 주가가 올라 3년 뒤 2만원이 된 시점에서 B씨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B씨는 A사 주식을 5만주 한도 내에서 당시 시세와 관계 없이 미리 약속된 가격인 1만원에 살 수 있다.


5만주의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할 경우 B씨는 주당 1만원씩 모두 5억원(1만원×5만주)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3년 뒤 A사 주가가 9000원으로 떨어져 행사 가격 1만원을 밑돌면 B씨는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주가에 따라 주식 매입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고,권리를 포기할 수 있는 선택(Option)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스톡옵션 제도의 특징이다.


◆기업 성과 임직원 보상으로 연결


스톡옵션은 인재 유치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넉넉한 보수를 지급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벤처 기업들이 활발히 이용한다.


임직원들로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잘만 하면 나중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이 스톡옵션의 매력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유능한 인재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회사 주주들은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할 것이라는 기대도 품을 수 있다.


회사의 경영 성과가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들 자신의 미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 부작용도


하지만 스톡옵션은 실제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낳기도 했다.


2002년 발생한 엔론,타이코,월드컴 등 미국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기업에서 스톡옵션을 받은 CEO와 임원들은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분식회계로 이익을 부풀렸다.


노골적인 불법 행위 이외에도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예컨대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자들은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자기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보통 취임 이후 2~5년 후인 스톡옵션 행사 시기에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장기적 관점의 대규모 투자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하거나 자사주를 과도하게 매입하는 등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정반대로 성공 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사업에 무모하게 투자해 회사의 존립 기반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도 있다.


스톡옵션은 주가가 오를 때는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비대칭적인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형태의 스톡옵션제가 무임승차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스톡옵션제의 취지는 임직원에 대한 보상을 해당 기업의 성과(주가)와 연동시켜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기업의 성과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는데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1990년대 말의 'IT 버블'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같은 경우 스톡옵션은 노력이나 성과 이상의 과도한 보상을 초래한다.


조직 내 위화감은 스톡옵션제의 불가피한 부작용이다.


주가로 평가되는 기업의 값어치는 크든 작든 모든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그런데 특정 임직원 한 두 사람이 과도한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경우 과실을 독식하는 것으로 비쳐져 다른 임직원들이 상실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기업목표 조직문화 따져 도입여부 결정해야


이처럼 스톡옵션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조직에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각 기업의 목표나 조직 문화가 다른 만큼 스톡옵션을 기업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고재민 책임연구원 jmgoh@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