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베리(Wallenberg)그룹은 스웨덴 최대의 기업집단이다.


이 그룹은 에릭슨(정보통신) 일렉트로룩스(가전) ABB(중전기) 아틀라스코프코(기계) SEB(금융) 스토라엔소(제지)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11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11개 회사의 주식시가는 스톡홀름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에 가깝다.


유럽 최대의 기업집단이기도하다.


이 그룹은 소유주인 발렌베리 가문이 150년간 줄기차게 지배해왔음에도 계속 성장을 하고 있다.


1856년에 창업해 이른바 '가족 경영'으로 5대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소유와 경영은 분리돼야 성장할 수 있다는 이론이 팽배한 현실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일단 발렌베리 그룹의 소유 구조를 발펴보자.이 그룹은 지주회사가 계열사들을 지배한다.


발렌베리가는 3개의 발렌베리재단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의결권을 장악한다.


차등주식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그룹의 특징이다.


지주회사는 주식을 A형과 B형으로 나누었다.


이중 A형은 B형의 10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보유하도록 했다.


스웨덴 정부는 외국인이 적대적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차등주식제도를 법으로 허용했다.


이로 인해 발렌베리가의 3개 재단은 지주회사 지분의 21%를 가지고 있지만 의결권은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의결권만 확보하고 있다고 회사가 계속 발전을 하는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발렌베리그룹이 계속 발전하는 비결은 의결권 확보를 통한 '가치창조 경영'덕분이다.


발렌베리가는 지주회사를 장악한 다음 계열사에 대해 기업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 왔다.


지주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배당을 받는 일에만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한국의 기업환경은 스웨덴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국도 글로벌 시대에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제 가치창조경영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해야만 하는 단계에 온 것이다.


기업가치의 극대화는 곧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뜻하기도 한다.


기업가치가 극대화돼야 그 회사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가치란 원초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기업가치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쉽게 말해 현재 1만원짜리 주식이 미래에 얼마나 될까를 계산하는 것이다.


실제 1만원짜리 주식에 투자했는데 1년이 지난 뒤 여전히 1만원이라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반대로 1년 뒤에 3만원이 된다면 너도나도 투자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주식이 미래에 3만원으로 늘어날지는 쉽게 알아낼 수가 없다.


따라서 이 같은 미래가치를 측정하는 수단이 EVA(경제적 부가이익·Economic Value Added)다.


EVA는 순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과 같은 전통적인 이익지표와는 다르다.


가치창조경영은 스톡옵션과 같은 성과급제도와 연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여기에다 보상과 승진 등 인센티브가 부여된다면 근로의욕도 높아져 기업의 생산성도 제고될 것이다.


그룹기업의 경우 계열기업별 또는 사업단위별로 주주가치에 대한 기여도도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에 따라 자본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적자사업이나 한계사업에서는 즉시 철수해야 한다.


대신 부가가치창출 잠재력이 큰 미래 첨단유망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좋다.


결국 기업가치창조는 경쟁력 향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기업구성원들에게 보다 많은 몫을 배분해주고 다시 미래가치를 배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경제신문사는 미래매니지먼트연구원과 공동으로 '2005 대한민국 가치창조기업' 22개사를 선정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