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유고연방 산하 공화국 보스니아가 내전에서 벗어난 지 올해로 10년이 됐으나 정치적 분열과 민족주의, 경제적 곤경 등으로 국가로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최근 인종 간 폭력이 사라지고 국가 건설 작업도 어느정도 결실을 보고 있으나 국제 평화유지군이 철수하고 보스니아 경제를 활성화할 외국자본이 들어오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승자 없이 끝난 1992-95년 보스니아 내전은 국가 재건 작업은 물론 이슬람과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계 등 3개 종족이 서로 국가 자원을 공유하는 것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1995년 11월 21일 미국 오하이오주(州) 데이튼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체결된 `데이튼 협정'으로 보스니아는 `이슬람-크로아티아연방'과 세르비아계가 주도하는 `스르프스카공화국'으로 양분됐다. 양 진영은 각각 국토를 51%와 49%씩 나눠 지배하고 있다. 독자적 경찰과 군대, 경제 규제권을 갖는 두 진영은 식민지 시대 총독과 같은 국제사회의 `고등 대표부(high representative)' 지배 아래 국가연합 형태로 외형상 한 나라를 꾸리고 있다. 이어 데이튼 협정 한 달 뒤 체결된 파리 평화협정으로 보스니아는 매우 기형적인 정부를 갖게 됐다. 3개 종족을 회유하기 위한 나머지 기형적 대통령제와 100개 이상의 각료 자리가 생겼다. 내전 종전 직후 보스니아에는 6만명 이상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평화유지군이 파견됐으나 최근에는 그 수가 7천여명으로 줄고 지휘권도 지난해 유럽연합(EU)으로 넘어가는 등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치체제는 아직 3개 정파를 중심으로 분열돼 다수 이슬람계가 중앙정부를 재장악하려는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계는 각각 근처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로의 편입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경제는 더욱 어려워 50억달러에 이르는 국제사회 지원에도 불구, 전체 노동 가능인구의 40% 가량이 실업 상태이며 400만 전체 인구 중 18% 가량이 빈곤선 이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패디 애쉬다운 보스니아 주재 수석국제행정관을 통해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애쉬다운 행정관은 자신에게 부여된 입법권과 선출직 공무원 해임권을 적절히 사용하며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 각각의 정부와 대통령, 의회를 갖고 있는 양 진영은 이 같은 노력 덕택에 올해 군대를 통합하기로 합의했으며 현재는 경찰 통합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양측의 이런 통합 노력들이 궁극적으로 보스니아의 EU 가입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는 데이튼 협정 10주년인 오는 21일 보스니아의 EU 가입 협상 시작을 공식 승인할 예정이다. 보스니아 내 3개 종족이 향후 서로 화해하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정의를 회복하고 내전 과정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행위들을 시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라예보 AFP.로이터=연합뉴스)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