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전남 고흥 '예동마을' 노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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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늙고 마침내 죽음을 맞는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늙음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M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노인들만 사는 마을(The Old Village)'(20,27일 오후 11시25분)은 우리네 인생과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2004년 9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의 '예동마을'을 찾아가 13개월 동안 이곳 노인들의 생활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예동마을 37명의 주민 중 35명이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송대순 할머니(83)는 이 마을의 '억척할매'로 불린다.
"아이고,나 죽네"를 입에 달고 살지만 한시도 일손을 놓지 않는다.
5남2녀를 모두 훌륭히 키워내 남부러울 것이 없으나 "죽기 살기로 자식을 길러 놓으니 모두 객지로 떠나 버리고 자신은 혼자 이곳에 남았다"며 늘 슬프다고 푸념한다.
예동마을에 벚꽃이 피던 날.마을회관 앞에서 진금자 할머니의 칠순잔치가 열렸다.
예동에서의 칠순은 '참 젊다'는 뜻이다.
진 할머니와 50년을 해로한 김경근 할아버지(71)는 자신이 첫날 밤에 울었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결혼식 날 밤.신부의 얼굴이 궁금해 족두리를 벗기고 보니 얼굴이 너무 못생겨 김할아버지는 혼자 울었단다.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던 할아버지는 이후 50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예동마을 노인들 모두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결혼했지만 갈라선 부부는 아무도 없다고 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