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각종 제도 변경으로 자본금 확충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데다 퇴직연금 도입,생명·손해보험 교차판매 등 영업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업체들의 살아남기 경쟁이 치열하다.


보험가에선 이미 자생력을 상실한 2∼3개 생보사의 매각설까지 구체적으로 나돌 정도다.


16일 금융감독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이 관장하는 국제보험감독자회의(IAIS)는 내년 초 금융재보험(Finite Reinsurance)에 대한 새로운 권고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AIS의 새 기준은 보험산업의 국제룰과도 같은 것이어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현재 재보험 출재를 통해 금감원의 지급여력비율 지도기준(100%)을 맞추고 있는 일부 생보사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분석에 따르면 3~4개 생보사는 금융재보험 출재를 제외하게 되면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게다가 2007년 4월부터는 현행 EU식의 지급여력제도와는 다른 리스크기준 자기자본 규제제도(RBC)가 도입될 예정이다.


각종 위험량에 따라 자기자본을 보유하게 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상당수 생보사들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보험산업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공산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금감원도 이 같은 점을 업계에 알리기 위해 최근 잇따라 사장단 모임을 갖고 "서둘러 자본확충에 나서라"며 충고하기도 했다.


'위기경보'가 발령된 생보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금호생명은 내달 일반 공모 방식으로 10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위해 이날 금감원에 유가증권 신고서를 제출했다.


녹십자생명도 이달 중 5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미 지난 9월 말 180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일부 회사는 상장 문제 등과 맞물려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래선지 2∼3개 생보사가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 8월 실시 예정인 생·손보 교차판매도 생보사들에는 위협적이다.


교차판매는 보험설계사가 생·손보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것으로 설계사가 손보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생보사들이 특히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생보사들은 "교차판매가 도입되면 중·저소득 설계사의 소득이 감소하고 대량실업마저 우려되며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 위험도 높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유예보다는 일부 보완을 통한 시행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생보업계로선 지난 2003년 9월 방카슈랑스 도입에 이어 또 다시 영토지키기 전쟁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얼음처럼 견고하게 굳어 있던 생보업계 내부에서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곧 엄청난 파열음을 동반한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다."


한 생보업체 사장의 비장감 어린 전망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