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국내적 인기 하락으로 인해 외교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에도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이 13일 분석했다. 최근 수 주간 부시 행정부가 처한 상황만 봐도 ▲부시 남미 순방 때의 미주자유무역협상(FTAA)안 무산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설득 실패 ▲북핵 6자회담에서의 장애물 증가 등 제대로 풀리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 이런 배경에는 미국이 이라크 사태에 발목이 잡혀 있고,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몇년전만 해도 경쟁국이나 우방들은 부시 행정부가 그들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관철하려는 걸 걱정했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미국 대통령들은 외교에서 힘을 얻었고, 성조기를 흔들면 환영하는 군중들의 환대를 받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그런 환대는 커녕 반미 시위에 부딪치기 일쑤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외교정책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은 이라크에서 미국이 수렁에 빠진 걸 본 북한과 이란 등 적대국가들이 부시의 선제공격 위협을 덜 두려워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이웃 국가들도 마차가지인데, "예컨대 한국은 전에는 원치않는 북한과의 전쟁에 대해 걱정했지만, 이제는 아마도 그런 염려를 덜하는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부시의 외교정책은 민주주의 확산 등 여전히 야심차지만 이를 이행할 자원이나 대중적 지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AP는 덧붙였다.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널리 퍼져 있는 상태에서 또다른 해외 분쟁을 감내할 여력이나 대중적 지지는 희박하다는 것. 제임스 도빈스 전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대사는 "정부가 이라크 안정을 추구하는 한편으로 시리아를 흔들고, 이란의 비핵화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