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메신저 끼워 팔기건'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 건을 신고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MS측과 합의,분쟁이 4년여 만에 타결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1일 MS로부터 현금 1000만달러를 포함해 총 3000만달러의 경제적 보상을 받는 조건으로 MS의 메신저 끼워 팔기와 관련된 민사 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모두 취하하기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1년 MS가 자사 윈도 운영체제(OS)에 '윈도 메신저'를 탑재한 것에 대해 다음이 '끼워 팔기'라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던 반독점 소송은 일단락됐다. 양사 합의안에는 현금 1000만달러와 1000만달러 광고 위탁,1000만달러 상당의 사업 협력 등이 포함됐다. 양사는 이날 구체적인 사업협력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다음이 MS에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쟁 내용과 합의 배경 MS와 다음의 분쟁은 200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다음은 MS가 PC OS인 '윈도 XP'에 '윈도 메신저'를 끼워 파는 것을 문제삼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어 지난해 4월 법원에 10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별도로 냈다. 다음은 MS의 '불법끼워팔기'때문에 자사의 메신저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MS에 대한 조사를 5년째 끌어오다 이달 중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다급해진 MS로서는 소송 당사자인 다음과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때마침 다음도 실적 부진과 라이코스 인수 후유증으로 자금이 목마르던 터라 MS의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영 다음 부사장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MS와 화해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공정위 판결에 이목 집중 MS는 그동안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각종 반독점 소송을 무마시켰다. 지난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는 19억5000만달러를 주고 화해했고 지난달 동영상 미디어플레이어 업체인 리얼네트웍스와도 7억6100만달러에 소송을 취하하는 데 합의했다. 리얼네트웍스는 한국 공정위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접수시킨 신고도 취하했다. 다음과 리얼네트웍스가 잇따라 MS측과 합의함에 따라 공정위 입장이 난처해졌다. 최종 판정을 내리기도 전에 신고자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양측의 합의와 상관 없이 심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리얼네트웍스와 다음의 신고 취하는 심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전원 회의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사실관계 확인을 끝내고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합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종 결론은 이달 중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반독점 문제는 당사자 간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