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요? 돈 많이 버는 직업인 줄 알지만 상당히 '배고픈' 직업입니다."


김형수.현대홈쇼핑 공채 1기로 입사해 의류,보험 상품 등 종횡무진 뛰고 있는 나이 서른셋의 쇼호스트다.


그는 "일반 사람들이 쇼호스트하면 고액 연봉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참 '배고픈'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인즉슨,한시라도 '떠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쇼호스트의 운명인지라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에너지 소비가 많아 든든하게 밥을 먹어도 방송이 끝나면 늘 '배가 고프기 때문'이란다.


방송이 나가는 동안 잠시라도 입을 닫고 있으면 그야말로 방송사고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것저것 설명하고,시청자를 사로잡는 화술이 사실상 쇼호스트 밥벌이의 요체인 것이다.


또박또박 말 잘 하는 그에게 연봉을 물어봤다.


은근슬쩍 웃으면서 넘기기에 다시 물어봤더니 '일반 대기업의 두 배'는 된다고 귀띔한다.


그만하면 돈 '많이' 버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그의 대답이 이렇다.


"결혼하면 억대 연봉은 가능할 것 같아요.


일단 총각 쇼호스트라서 단점이 많아요.


고객들이 주로 30~40대 주부들인데 총각 쇼호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사주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결혼을 해서 '살림살이'를 좀 해본 경험이 있어야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총각 쇼호스트로 살림살이를 해본 경험이 없어 방송 중 갑갑한 경우도 있었다.


요즘 한창 '잘 나간다'는 스팀 청소기를 맡았는데 그야말로 '좋아요' 수준의 기계적인 멘트밖에는 안 나오더란다.


또 한번은 방수바지를 설명하는데 일반바지에 물을 흠뻑 쏟아붓고는 "방수가 잘 된다"고 한 적도 있다고 그는 웃으며 '신참' 때의 일을 말했다.


그는 이래서야 전업주부를 상대로 어디 맡은 상품을 잘 소개해보겠느냐 싶어 다른 길을 뚫었다.


그래서 맡은 것이 '보험'상품.현대홈쇼핑 사람들의 입을 빌리면 "요즘에는 홈쇼핑 5개 업체를 먹여살리는 효자 중의 효자"를 그가 지난 2003년 10월에 처음으로 맡아 소위 '대박'을 쳤다.


그는 보험상품 설명을 위해 보험설계사 자격증도 땄다.


열성이다 싶어 보험에 성공했으니 이젠 무얼하고 싶으냐고 물어봤다.


그는 대뜸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말 하는 게 입에 익었다"는 청산유수 김형수씨가 슬쩍 비밀을 털어놨다.


"사실 쇼호스트들 월급의 3분의 1은 상품 사는 데 들어가요." 아닌게 아니라 신명나게 제품을 설명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단다.


쇼호스트치고 홈쇼핑 우수고객이 아닌 사람이 없다는 것.그는 "설명하는 사람부터 만족스럽지 않은데 그걸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방송을 하다 짬짬이 나는 시간을 들여 영화를 보러 나가는 '똑똑한' 쇼호스트 김형수씨.그의 모습과 면면은 그의 홈페이지(www.cyworld.com.hsk93)에서 만날 수 있다.


글=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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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호스트가 되려면… >


쇼호스트의 가장 좋은 점은 일단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여성은 '기혼'일 경우 취업의 장애가 되지만 쇼호스트 업계에서는 환영을 받는다.


이유는 바로 시청자들의 특징에 있다.


주된 시청자들이 '예리한' 프로 주부인 만큼 이들을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본인이 살림을 산 경험이 있는 '주부'인 게 좋다는 것.


또 하나의 특이점은 반드시 예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너무 예쁠 경우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어 편안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각광받는다.


프로그램 회당 얼마하는 식으로 연봉계약을 맺기 때문에 일단 쇼호스트가 되고 나면 자기 하기에 달렸다는 것이 인사팀의 말이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방송경력이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서류전형을 실시한다.


일단 서류전형에서 통과하면 5분 카메라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대부분 당락이 여기서 결정나는데 무작위로 상품을 던져주고 실제 방송처럼 연출하라는 주문을 한다.


가전이나 헬스용품 등의 상품이 늘면서 남자 쇼호스트에 대한 수요도 늘었으니 남자라고 해서 움츠리는 것은 금물.지난해 쇼호스트 4명을 선발하는데 500명가량이 지원했으니 만만찮은 경쟁을 뚫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