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부동산 거래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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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의 핵심인 세제개편안을 놓고 여야간 공방(攻防)이 한창이다.
이달 중순 이후 시작될 본격적인 법안심의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은 '강행',한나라당은 '완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 있다.
청와대나 정부,시민단체 등의 장외(場外) 신경전도 치열해 한동안 시끄럽게 생겼다.
관심은 온통 보유세와 양도세에 쏠려 있지만,심각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오히려 부동산 거래세 인하방안이다.
8ㆍ31대책에 담긴 거래세제 개편안은 '개인간 거래'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ㆍ등록세를 1%포인트 낮춘다는 게 핵심이다.
보유세 강화나 실거래가 과세 때문에 생기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행정자치부 안대로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모든 세금의 핵심 원칙인 '공평과세'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개인이 갖고 있던 기존 주택을 사는 사람은 내년부터 매입가(실거래가)의 2.85%만 취득세ㆍ등록세(농특세와 교육세 포함)로 내면 되지만,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사람은 취득가(분양가)의 4.6%를 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3억원짜리 30평 아파트를 예로 들어 보자.개인으로부터 기존 아파트를 살 때는 취득세ㆍ등록세가 855만원이지만,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이보다 60% 이상 많은 138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똑같은 크기의 아파트를 같은 가격에 사는 데 세금이 525만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이처럼 불합리한 과세가 이뤄지게 된 것은 신규 분양 아파트는 '개인간 거래'가 아니라는 이유로 행자부가 인하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개인이 법인인 건설업체로부터 집을 사는 것인 만큼 세금을 인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행자부는 지자체의 주요 재원인 지방세에서 차지하는 거래세 비중(평균 36%)이 보유세보다 서너 배 이상 높은 현실에서 취득세ㆍ등록세 인하대상을 한정시킬 수밖에 없다며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국민을 도외시한 편의적 행정일 뿐이다.
지자체들의 세수감소가 걱정이라면 인하대상을 희한하게 제한할 게 아니라 세율인하폭을 낮추더라도 공평한 과세가 이뤄지게 해서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는 게 정도(正道)가 아닐까.
더욱이 불공평한 과세로 세금인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성실 납세자'들이다.
매년 30만~35만명에 이르는 새 아파트 입주자들은 누가 윽박지르지 않아도 실거래가로 세금을 낼 수밖에 없게 돼있기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 거래에서 관행화돼있는 이른바 '다운계약서'는 이들에게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정부는 '1%포인트 세금인하'를 표방하는 이번 거래세 인하방안으로 지방세수 걱정은 덜지 모르겠지만 과세구조를 더욱 왜곡시켜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결과를 자초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