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의 '아이팟 나노' 출시로 뚝 떨어진 MP3플레이어 가격이 한번 더 크게 떨어지게 됐다. 국내 업체들이 MLC(Multi-level Cell) 낸드플래시를 장착한 MP3플레이어를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어서 다음 달부터 내년 1분기 사이에 가격이 20~30%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견 MP3플레이어 업체인 엠피오는 8일 국내 최초로 일본 도시바의 MLC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MP3플레이어(FY700)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MLC 낸드플래시는 대다수 MP3플레이어에 들어가는 SLC(Single-level Cell) 제품에 비해 성능은 약간 떨어지나 원가가 30%가량 저렴한 차세대 낸드플래시다. 2기가바이트(GB)급이 20만원대 초반에 나온 애플의 '아이팟 나노'에도 MLC 낸드플래시가 적용됐다.


엠피오의 'FY700'은 이달 말께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이나 1GB급이 10만원 중후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신형 국산 MP3플레이어 1GB급이 대부분 20만원대 초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밑부분이 살짝 구부러져 해마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꼬리 부분을 떼내고 다른 액세서리로 바꿔 끼우면 고리형 클립형 목걸이형으로도 변형된다.


우중구 엠피오 사장은 "이번 신제품 개발로 '아이팟 나노'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플래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제품 출시가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내년에는 MLC 낸드플래시를 장착한 제품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엠피오에 이어 레인콤코원 등도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MLC 낸드플래시를 적용한 MP3플레이어를 개발하고 있다. 레인콤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MLC 낸드플래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 1,2월께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MLC 낸드플래시는 최근 애플에 대량 공급되는 바람에 물량이 달리는 상태다. 그러나 삼성은 현재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 중 5%에 불과한 MLC 제품을 4분기에 25%까지 늘리고 내년엔 50%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점차 수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업체들이 뒤늦게나마 애플에 반격을 퍼붓게 됐다"며 "디자인이나 기술은 절대 뒤지지 않기 때문에 내년 MP3플레이어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