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국과 동남아의 부상으로 위축되고 있는 섬유·의류산업을 2015년까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키로 했다. 이를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산업섬유를 집중육성하고 세계적 패션·의류 브랜드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산업자원부와 컨설팅회사 AT커니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2015 섬유·의류산업의 비전 및 발전전략'을 마련,8일 서울 섬유센터에서 열리는 '제19회 섬유의날' 기념식에서 발표키로 했다. ◆비전 발표배경과 내용 산자부는 섬유·의류산업이 최근 들어 국내 설비투자가 줄고 생산기지도 외국으로 옮겨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양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섬유소재 등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범도 산자부 차관보는 "나노섬유 제조기술이나 타이어코드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산자부는 지난해 기준 25% 수준인 산업용섬유의 비중을 2015년 5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아시아권에서 불고 있는 '한류'바람을 활용,2015년까지 세계적 패션·의류 브랜드를 3개 정도 키워낼 방침이다. 의류 중 패션제품의 비중도 현재 10%에서 30%로 높여가기로 했다. 산자부는 이와 함께 섬유·의류산업에 IT(정보기술) NT(나노기술) BT(바이오기술) 등을 접목시키고,디자인의 경쟁력 확보도 추진키로 했다. 산자부는 이 같은 전략을 달성하면 섬유 세계시장 점유율을 10년 뒤에도 지난해와 같은 4위권을 유지할 수 있으며,의류시장 점유율은 9위에서 7위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섬유업계 현주소 섬유산업은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자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다. 70년대 국내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했고 전후방 파급효과가 높아 생산과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 SK 등 내로라하는 그룹사들의 모태는 모두 섬유회사였다. 그랬던 섬유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치솟는 인건비가 채산성을 악화시켰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물량 공세로 세계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섬유수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7.7%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환율하락 등 대외여건이 악화된데다 올해초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섬유수입쿼터제가 폐지되면서 중국 인도 베트남 등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후발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줄고 있다. 섬유류의 수출은 지난 1971년 우리나라 총 수출의 41.6%를 차지했었지만 1990년 22.7%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6.0%로 내려앉았다. ◆부가가치 제고가 경쟁력 섬유업계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세호 섬산련 회장은 "한국 섬유산업은 용도개발 면에서도 무한한 여력이 있고 패션기술의 향상으로 부가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전체 섬유 소비 중 60∼70%를 의류용이 아닌 산업용 섬유가 차지한다. 금속 플라스틱 종이 등 산업자재의 경량화,고기능화 추세에 따라 섬유소재로 대체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섬유의 용도도 토목 건축,우주항공,의학,자동차,방위산업용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섬유업계도 산업용 섬유에서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도 높여야 한다. 중견 의류업체의 K사장은 "섬유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수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창조적인 패션·디자인에 의한 '셀러즈 비즈니스(선진국형)'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동·유창재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