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I사에는 연초부터 기관의 집요한 매수세가 이어졌다.
하루 거래량이 1만주 안팎에 불과한 이 종목을 모 투신사가 거의 매일 평균 3000∼5000주씩 사들였다.
그 결과 연초 1만4000원대이던 주가는 11월 초 현재 4만원대로 3배 이상 치솟았다.
주가가 45도 각도로 상승세를 타자 9월부터는 개인들이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섰다.
그러자 이 투신사는 차익실현 기회라고 판단,물량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거래량이 없는 가운데 기관 물량이 나오자 주가는 단기간에 15%가량 조정을 받았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강세장에서 일동제약처럼 특정 기관 한두 곳이 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무학주정 보령제약 대창단조 유유 화성산업 동양백화점 화천기공 등이 대표적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서부트럭터미널 대웅화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종목은 △평소 유통물량이 적은 상태에서 △특정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져 주가가 거의 수직상승하고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주들이 대부분이다.
올 들어 중소형 장세를 주도한 종목들이기도 하다.
업종별로는 제약이나 건설 철강업종 중소형주들이 많고 저평가된 자산주도 상당수다.
상장기업 S사의 경우 감춰진 자산주라는 매력으로 지난 7월 초부터 모 운용사가 중소형주 펀드를 통해 하루 거래물량을 거의 휩쓸다시피 할 정도로 사모았다.
그 결과 주가는 3개월 만에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이 운용사는 일부 물량 처분에 나서고 싶어도 워낙 거래량이 적어 내놓을 수 없는 처지다.
물량을 조금만 내놓아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의 입장에선 연말에 수익률을 확정할 필요도 있지만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매물을 받아줄 곳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기관이 관심을 보인다고 무조건 추격매수할 게 아니라 기업가치 등이 매력적이어서 주가의 추가상승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