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일과 생활의 균형‥박경미 <휴잇어소시어츠 한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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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 휴잇어소시어츠 한국 대표 kris.park@hewitt.com >
"너는 왜 그렇게 매일 바쁘니?" 어머니는 가끔 이렇게 물으신다.
"글쎄 말예요…" 하면서 나는 할 말이 없다.
딱히 대단히 내세울 것도 없는데 왜 나는 매일 바쁠까? 아마 내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말이 막히지는 않을텐데…. 그럼 중요한 일도 아닌데 일만 죽어라 많이 하고 있는 것?
곧 어머니 생신이다.
생신 날이 목요일이라 저녁 식사 시간을 맞추기 힘들 것 같아 토요일에 미리 생신을 해 드리려고 음식점을 예약하고 전화를 드렸더니 배탈이 나서 안되겠다고 하신다.
다음 주말에 하려고 다이어리를 봤더니 한 달 이내에는 주말마다 약속이 있다.
참 대단한 사람 스케줄 같다.
어머니와 나의 관계를 보면 겉과 속이 참 다르다.
어머니는 어느 정도 성공한 딸 자식이 참 자랑스러우실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딸의 얼굴 보기도 힘들고 심지어는 전화 목소리 듣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사회 생활에 관해서는 동생에게서 들으시고, 집안 일에 대해서는 아이들을 통해 들으신다.
가끔 집에 들르셔도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가시는 때가 많다.
실상은 빵점짜리 딸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직장인들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깨어 있는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사람들에게 '생활'이란 다름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제대로 주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영어로는 family commitment라고 하는데,아이들의 축구 경기에 참석하고,학예회며 졸업식 등의 행사에 충분히 맘 편히 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직업에서 일과 생활은 균형잡힌 것이다.
인사 컨설턴트는 모 기관이 매년 선정하는 바 가장 유망한 미래 직종 순위에서 매년 1위 혹은 2위를 기록한다.
물론 이것은 취업을 앞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인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컨설턴트들의 실상을 보면 3D 업종이 따로 없다.
늘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고 읽어야 할 서적과 보고서가 쌓여 있으며 항상 정해진 기일과 약속 시간에 쫓긴다.
컨설턴트에서 이제 대표가 되었지만 내 시간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새벽 회의,이런 저런 미팅 약속들, '오늘 꼭' 처리해야 할 일들, 읽지 않은 이메일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내가 빚쟁이인 것 같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참 보람있고 재미있다.
하면 할 수록 더 잘하게 되고 프로젝트마다 성취감도 참 많이 느낀다.
아마도 우리 컨설턴트가 직업을 바꾼다면 그 이유는 단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싶어서일 것이다.
오늘도 '일' 이 곧 '생활'인 듯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삶', 즉 '일'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