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단 한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 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 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지고,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손택수 '아버지의 등을 밀며' 부분



모든 아버지들은 자식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사연을 갖고 있다.험한 세월을 온몸으로 살아내며 어떻게 어두운 곳에 발을 담그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식구들에게 '당당하고 바른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무수한 천역과 비굴함을 인내하고 때론 불의에 몸을 맡기기도 했을 것이다.등짝에 찍힌 지게자국 처럼 숨기고 싶은 사연을 무수히 가슴에 묻고 지냈을 아버지들.혼자 힘으로 설 수 없을 때가 돼서야 그들은 비로소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람'이 된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