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상을 가면 7순 상가를 접하는 게 쉽지 않다. 돌아가신 분의 연령이 80대 후반을 넘어야 그나마 '호상(好喪)'이란 얘기를 듣게 된다. 이런 추세라면 '인간 수명 100세'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하는 인구 추계를 보면 노령화 속도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실감케 해 준다. 통계청은 지난해 초 '장래인구 특별 추계 결과'를 통해 '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 진입 시점을 2018년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수년간 정설이었던 2019년을 1년 앞당긴 것이다.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미국이나 일본 등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 비율 7%)에서 고령 사회로 옮겨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본은 24년,미국은 72년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8년에 불과하다. 돈과 건강만 보장되면 장수는 분명 축복이다. 하지만 가난과 질병은 수명 연장을 비극과 고통으로 몰아간다. 고령화는 이제 학자들 간의 논쟁 거리나 이론적 연구 거리가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곳은 개인 스스로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식이 노후 밑천인 시대는 지났으며 연금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노인층 가운데는 자력으로 노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노인생활 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후 생활에 대비했다'는 응답은 28.3%에 불과했으며 이 중 15.3%도 준비가 미비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노후 준비가 된 노인은 사실상 4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이달 초 통계청 발표도 비슷한 결과를 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으로만 구성된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원으로 생활보호 대상자 수준을 간신히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월소득 중 50% 이상은 자식이나 정부,사회단체로부터 받은 이전 소득이며 자신의 자산 소득이 있는 가정은 12.5%에 그쳤다. 전 세계 많은 사회학자나 미래학자들은 고령화를 시한폭탄,핵무기,뇌관,허리케인 등에 비유하며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와 그 파괴력을 경고하고 있다. 인생 100년 시대.60세에 퇴직해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제2의 직업을 찾고 노후 자금을 확보해 둬야 삶이 축복이 되는 것이다. -------------------------------------------------------------- < 특별취재팀 > 김영규 부국장(팀장) 김수언(증권부) 장진모(금융부) 김혜수(경제부) 강동균(사회부) 조재길(건설부동산부) 최인한(도쿄 특파원) 오광진(베이징 특파원) 하영춘(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