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전면 금지돼왔던 의사와 병의원 등의 광고 행위가 대폭 허용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27일 특정 의료인의 기능이나 진료방법 등에 관한 광고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의료법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현행 법은 의료인의 기능이나 진료방법을 광고·선전할 기회를 전면적으로 박탈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다른 의료인과의 영업상 경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의료광고 금지는 새로운 의료인들에게 자신의 기능이나 기술 또는 진단 및 치료방법에 관한 광고와 선전을 할 기회를 배제한다"며 "이로써 기존 의료인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의료법 제46조 3항은 "누구든지 특정 의료기관이나 특정 의료인의 기능,진료방법,조산방법이나 약효 등에 관해 대중광고,암시적 기재,사진,유인물,방송,도안 등에 의하여 광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의료광고 전면허용 헌재의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의료법이 광고수요가 폭증하는 현실을 반영하지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존 광고허용 범위는 경력사항을 제외하면 1973년의 의료법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현재 의료광고는 병·의원명 의사이름 진료과목 전화번호 주소 약도 등에 한해 신문에 종합병원은 월 1회,개인의원은 월 2회 게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지역신문에는 치료법의 상세한 기술은 물론 치료 전후 비교사진과 비용 등을 적은 광고가 많아 일선 보건소들이 관할 병·의원에 대해 수시로 단속하고 있다. 헌재의 이번 판결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광고 허용 작업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 3월 정부는 의료광고 전면 허용을 포함한 의료산업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텔레비전 라디오 등 공중파 매체에서도 의료광고를 허용하고 △의료광고에 수술 방법이나 경력까지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제완화 방안을 마련해뒀다. 그러나 지난 8월 당정협의에서 의료광고 허용을 좀 더 검토하기로 한 후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변호사 광고를 제한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의 규정도 도마에 오를 소지가 높아졌다. 현행 변호사법(23조)은 대한변협으로 하여금 광고매체의 종류나 광고횟수 광고료총액 광고내용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해놓고 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가 '최고'나 '전문'이라는 등의 용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승률광고도 못내게 제한하고 있다. ◆의료 광고시장 3배까지 커질 듯 광고업계 및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연간 의료광고시장은 의료 관련 전문신문 200억원,인터넷 200억원,지역신문 100억원,신문·방송 1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홍보대행사를 광고의 범주로 넣을 경우 약 800억원 선으로 추산된다. 이명신 인터PR 사장은 "광고시장이 풀릴 경우 병·의원들이 광고전에 뛰어들고 대형병원도 고객을 지키기 위해 대외 홍보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시장이 지금의 3배 규모인 2400억원 선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장·허위광고 우려 의료시장 광고규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대한의사협회 권용진 이사는 "원칙적으로 헌재의 결정은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의사들의 일방적인 광고가 환자들에게 끼칠 피해도 염려되는 만큼 협회 차원의 자율적인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도 "광고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비방광고나 과대광고로 인한 폐해로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환자가 될 수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의사협회나 병원협회차원의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일.정종호·김혜수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