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1차 지분매각] 시세차익 노린 투자자들만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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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투자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채권단의 하이닉스반도체 지분 1차 매각이 완료됐다.
매각 가격이 예상보다 다소 낮았지만 목표한 물량을 모두 처분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적이다.
또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번에 14%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것도 하이닉스의 정상화를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이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았던 점은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이닉스가 지난 6월 구조조정촉진법을 졸업한 이후에도 지난해와 맞먹는 생산효율과 수익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교원공제회 등 금융투자자 몰려
이번 입찰에 참여한 곳들은 교원공제회를 포함,주로 시세차익을 노린 연기금과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진 빅딜(대기업 간 사업체교환)에서 반도체사업 부문을 하이닉스에 넘겼던 LG전자나 반도체 수탁생산을 하고 있는 동부그룹은 지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가 고르게 분포돼 5% 이상 매입한 곳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채권단이 1차 매각 후에도 여전히 5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 속에서는 주식의 전략적인 가치를 계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번에 지분을 인수한 국내외 투자자들은 할인된 가격에 대량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이점에 향후 일정 수준의 주가상승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내년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투자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 경기는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연말까지는 호조를 띨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7년 말까지 경영권 매각
이번 주식매각은 하이닉스 경영권이 달린 50.3%의 주식매각을 원활히 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다.
주식공동관리협의회는 경영권 매각시한을 오는 2007년 말로 정해놓고 있으나 그 전에라도 조건이 맞는 전략적 투자자가 나타나면 전체회의를 거쳐 매각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는 뛰어난 원가 경쟁력과 글로벌 생산망,첨단 업종인 반도체에서 쌓아올린 국제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구조조정기업으로 손꼽힌다.
더욱이 실적호전으로 기업가치가 올라 금액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9조원을 넘나드는 시가총액이 오히려 매각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내에 유력한 원매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채권단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편 이번 지분매각으로 최대주주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옛 채권금융사들은 막대한 매각차익을 기록하게 됐다.
외환은행은 6120만주(지분율 13.7%) 중 1800만여주를,조흥은행은 3540만주(지분율 7.9%) 중 370만여주를 각각 매각했다.
이날 주당 가격이 1만9300원에 결정됨에 따라 외환은행의 경우 주당 1만3700원(1만9300원-5600원)씩 2466억원의 투자유가증권 매각이익이 발생한다.
유병연·김현석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