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급 영화배우들이 대학로 무대에 잇따라 출연하기로 해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배우 유오성이 연극 공연으로는 8년만인 지난 7-8월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테이프'에 등장한데 이어 같은 극단 초창기 멤버였던 설경구가 지난 21일 막을 올린 '러브레터'에 출연중이다. 이 작품은 한양레퍼토리의 극단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로 설경구는 9년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 1995년 극단 차이무의 '플레이랜드'에 나왔던 문성근은 그동안 주로 영화나 TV에 얼굴을 보이다 12월 1-17일 차이무의 10주년 기념공연 '마르고 닳도록'으로 10년 만에 연극 팬들과 다시 만난다. 문성근은 1980년대 소극장 연극 붐을 일으켰던 작품 가운데 하나인 '칠수와 만수'로 잘 알려진 연극배우였다. 유지태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육분의 륙(戮)'에 출연하는데 이번에는 작품 제작도 맡았다. 유오성, 설경구, 문성근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해 영화로 진출한 케이스고 유지태는 영화에서 연극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스타급 영화배우들의 연극 출연이 이어지는 것은 연기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던 토대가 출신 극단에서 갈고 닦은 실력인데다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연극의 매력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요즘에는 영화나 TV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출연배우간의 경계가 이전에 비해 많이 허물어진 것도 이들의 연극 출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스타급 영화배우들의 연극 출연은 일단 일반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켜 다른 공연에 비해 이슈화되기도 쉽고 잘 알려져 연극 관객 확산에 도움이 된다. 연극계 한 관계자는 "스타들의 유명세로 그동안 연극 한 편 보지 않았던 관객들도 연극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며 "직접 와서 보게 되면 연극의 새로운 매력을 갖게 돼 일시적으로라도 관객층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경향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타급 영화배우들이 출연하면 어느 정도의 흥행이 보장되지만 이들의 일정상 짧은 기간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쉬워하는 연극 팬들도 많다. 공연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연극도 뮤지컬처럼 스타 배우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이전엔 극단이나 작품 위주였는데 요즘엔 일부에서 스타급이 출연하지 않으면 흥행되지 않는다고 여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타가 출연하는 연극에는 관객들이 몰리는 반면 다른 공연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스타급 영화배우의 연극 복귀가 연극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작품성 있는 연극, 연기력이 뛰어난 연극배우가 그만큼 부각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팀워크가 기본인 연극 무대에서는 경력 10년 이상 된 베테랑 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많다"며 "스타들이 작품성이 뛰어난 연극에 오랜 기간 출연해 지속적인 관객 확산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