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 중인 유용주씨(45)가 두번째 산문집 '쏘주 한 잔 합시다'(큰나)를 펴냈다. 베스트셀러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중학교를 중퇴한 뒤 중국집 배달원,구두닦이,벽돌공,우유배달,막노동 등 말그대로 안 해본 일이 없는 저자는 이번 산문집에서도 전작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삶의 궤적들을 건강하면서도 유장한 문체로 그려낸다. 책에 실린 16편의 산문은 제목처럼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저자가 던지는 위안과 위로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편의 단편소설을 연상시키는 1부의 '오래된 사랑'은 군입대를 앞두고 막막해할 무렵 고향의 여동생과 경험한 하룻밤 풋사랑을 회고한 글이다. 상처난 짐승들처럼 서로를 쓰다듬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산문 중에 가장 긴 '아름다운 것은 독한 벱이여-17일간의 승선일기'는 평소에도 자주 소주잔을 기울이며 가깝게 지내는 동료문인 안상학 박남준 한창훈 등과 함께 지난 4월 부산에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까지 17일간 컨테이너선을 타고 간 항해일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망망대해에서 저자는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본다. '여기 와보니 내가 너덜너덜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온통 해진 투성이다. 꿰맨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감출 수가 없다. 헌 몸 헌 마음 하나가 가엾게도 바다를 향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수술 좀 해달라고,깨끗이 지워달라고.'(122쪽) 유씨는 '작가의 말'에서 "이 산문집은 과거를 기억하고,상처를 잊지 않고 반성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안간힘 및 안타까움과 문득문득 편해지려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왔다. 그러나,슬프구나. 바람은 그림자가 없는 것을,바람은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것을"이라고 썼다. 책 제목 '쏘주 한잔 합시다'는 출판사가 2년 전 먼저 저작권등록을 마치고 제목에 걸맞은 필자를 물색했다고 한다. 당시 유씨는 "당장은 안 되겠다"고 답했고 출판사는 2년을 기다린 끝에 이번에 책을 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