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터키와 루마니아에 이어 러시아 내륙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도 발견되는 등 조류독감이 아시아와 유럽에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앞으로 몇 주 내에 이 바이러스가 아프리카로 상륙할 것이며 이럴 경우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보건 체계상 인간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발생지역 = 러시아는 지난 18일 H5N1형 조류독감 발생이 확인된 모스크바 남쪽 350㎞지점 툴라주 얀도브크 에프레모프스키 마을에서 20일 닭, 오리, 거위 등 가금류 3천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에 돌입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8월 시베리아 중부 노보시비르스크, 알타이, 튜멘 지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지만 H5N1형은 아니었다. 이와 함께 루마니아 농무부도 이날 동부 다뉴브 삼각주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 조류독감이 두 번째로 발견됐다고 밝혔고, 마케도니아에서도 조류독감 의심 사례가 발견돼 바이러스 종류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19일에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한 조류사육장에서 최근 가금류 2천600여마리가 조류독감에 걸려 폐사했다는 신화통신 보도가 나왔다. 통신은 네이멍구 자치구 수도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 근처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이번 조류독감이 H5N1형으로 국가조류독감참고실험실에 의해 확인됐다고 전했다. 중국 칭하이(靑海)성에서는 지난 5월 조류독감으로 철새 6천여 마리가 폐사했고 시짱(西藏)자치구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도 조류독감 발생이 보고된 바 있다. 태국에서는 칸차나부리주에 사는 한 남성이 H5N1 형 조류독감 바이러스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13번째 조류독감 사망자로 기록됐다고 탁신 치나왓 태국총리가 일간 네이션지 등에 20일 밝혔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10월까지 12명이 조류독감으로 숨졌지만 그 후 1년여간 조류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보고되지 않았다. 또 대만에서는 2003년 말 이후 처음으로 조류독감 사례가 발견됐다고 대만 농업위원회가 20일 밝혔다. 농업위원회는 지난 14일 대만 해안경비대가 저지한 파나마 선적 화물선에 실려있던 조류들을 검사한 결과 약 1천마리에서 H5N1형 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만 당국은 문제의 조류들을 모두 살처분했다. 조류독감 최대 피해국인 베트남은 이번주 메콩강 유역의 박 류성의 한 농장에 있는 오리들이 H5N1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임에 따라 20일 이 농장의 오리 180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각 지역 대처 = 중국당국은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일까지 사육장 주변 반경 3㎞이내의 가금류 9만1천100마리를 대거 살처분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아팔럭 바티아세비 WHO 중국지역 대변인은 지난 14일 조류 폐사가 첫 보고된 후 중국 당국은 주변지역 가금류 살처분과 함께 반경 5㎞이내 농장에 대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소가 어디든 새로운 발병 소식이 들리면 걱정되는 것은 사람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아직 인체 감염 사례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上海)시 당국은 여행객과 가금류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2003년 창궐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와 비슷한 수위의 경계에 돌입했다. 유럽에도 비상이 걸렸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중부 헤센주가 19일 가금류 방목 금지 조치를 취했고 철새가 지나는 주들은 서둘러 가금류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바이에른, 니더작센,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등 4개 주에서는 가금류 방목이 금지됐으며 독일 정부는 조류독감 위험이 확산될 경우 가금류 방목 금지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긴급 명령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아프리카로 확산 가능성 = 앞으로 몇주내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동아프리카의 리프트밸리에 상륙할 것이라고 유엔 식품농업기구(FAO)는 경고했다. 터키와 루마니아 및 그리스 등 유럽 남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철새 이동이 끝나는 곳이 바로 이 곳인데다 이 지역 농사법이 아시아 지역과 유사하다는 것. FAO의 조셉 도미니치 수의학 국장은 "아프리가 국가들에 대한 국제적 지원이 긴요하다"면서 "사람과 동물의 유사성과 아프리카 동부 각국의 부실한 질병 감시통제 시스템으로 이 지역이 H5N1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 합동 대책회의 = 이처럼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급속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소속 25개국 보건장관들은 20일부터 이틀간 런던에서 대책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 회의는 오래 전에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최근 루마니아와 터키 등지에서 잇따라 H5N1 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형편이다. 또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도 20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6개국의 방역당국자들이 모인 가운데 중남미 지역 조류독감 예방을 위한 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은 19일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서울=연합뉴스) kjw@yna.co.kr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