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서울 강남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된 현대해상의 연도대상 시상식.보험사 연도대상이 으레 그렇듯 이날도 유명 대중가수들이 초청돼 축제의 흥을 돋웠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초청가수이던 싸이는 하종선 사장에게 노래 한 곡을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300여명의 임직원과 설계사들은 50세의 하 사장이 '목포의 눈물'과 같은 트롯곡을 부르겠지 여겼다.


하지만 마이크를 잡은 하 사장은 젊은 사람도 따라부르기 힘들다는 싸이의 '낙원'을 불러제꼈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 하나 틀리지 않았다.


직원과 설계사들이 까무러칠 듯 환호하며 열광한 것은 당연했다.


기존 관념의 CEO들과는 딴판인 그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나 할까.


하 사장은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 애쓰고,직원들 속으로,고객 속으로 파고드는 그런 유형의 CEO다.


그래서 보험서비스에 적합한 CEO라는 평가를 직원들로부터 듣는다.


평소 그는 젊은 직원들과 함께 영화나 뮤지컬을 보러 간다.


또 전혀 입맛에 맞지 않을 것 같은 퓨전레스토랑도 찾는다.


이 회사 기획실의 정성훈 과장은 최근 하 사장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산업별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를 공유하며'였다.


고객만족도 조사에 대해 사장이 직접 분석하고 문제점 해결을 제시한 자료였다.


"가입 후 고객관리와 갱신안내 항목에 있어선 모두 개선이 시급하다" "불만 고객에 대한 위로편지 발송 등 고객 접점서비스를 강화하자"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하 사장은 수시로 이와 같은 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며 회사일에 열정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


이런 메일은 한 달에 한 통 정도 직원들에게 배달된다.


또 경조사나 자격증 취득의 경우엔 불시에 메일을 보내 축하하거나 위로한다.


자격증을 딴 직원에겐 "당신이 우리 회사의 경쟁력입니다.


더 열심히 해주세요"라며 사기를 북돋워 주는 일을 잊지 않는다.


그는 작년 12월 사장으로 취임하기 이전 2000년부터 4년 동안 현대해상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그 이전엔 변호사로서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했다.


그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제조물책임(PL)법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 86년부터 95년까지는 현대자동차 고문변호사를 하면서 미국 수출 현대차에 대한 PL소송을 주로 다뤘다.


이 때문에 PL소송,특히 자동차와 관련된 것이라면 국내에서 그만큼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79년 사시에 합격했다.


이후 미국 UCLA에서 법학석사를 취득하고 84년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학창시절엔 만화와 야구를 좋아했던 그다.


사내에서 별명은 '미스터 국방위원장'.외모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많이 닮았다는 데서 붙여졌다.


이런 별명을 들으면 그는 "허허……" 하며 그냥 웃어넘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