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LG카드 브릿지증권 등 5개 기업 노동조합이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활용,자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한다.


이들 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했다가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뒤 최근 지분 매각을 마쳤거나 향후 매각을 앞둔 곳들로 이들 기업 노조는 다음 달 말께 시행 예정인 차입형 ESOP를 통해 각사 지분을 20%가량 인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개별 기업 노조가 지분 매각을 앞두고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힌 적은 있었으나 여러 기업 노조가 지분 인수를 위해 연합 전선을 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5개 기업 노조의 계획은 해당 기업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정부 및 채권단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논란이 일 전망이다.



대우건설 등 5개 기업 노조 대표는 19일 브릿지증권 본사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갖고 이르면 다음 주 초 '지분 인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가칭)'를 구성,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차입형 ESOP를 통해 각 사 지분을 인수하는 계획을 밝히기로 했다.


차입형 ESOP는 우리사주조합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로,현재 비상장 기업에만 적용하고 있으나 다음 달 증권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상장 기업으로 확대된다.


이번에 공동 전선을 구축한 곳은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LG카드 브릿지증권 등 5곳.이 중 브릿지증권은 지난 7월 매각을 마쳤으며,나머지 네 곳은 내년부터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다.


이들 노조는 지난달 초부터 정기모임을 갖고 지분 인수를 위한 방안을 협의해 왔으며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브릿지증권 노조위원장이 공동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들은 다음 주 초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대한통운 노조는 20일까지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이날 회의에 참석한 외환카드 노조와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외환은행 노조도 동참할 움직임이다.


5개 기업 노조가 지분 인수를 위해 공동 전선을 펴기로 한 표면적인 이유는 공적자금 투입 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를 위해 각 사 매각 대상 지분 중 20%를 노조가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의 이유는 회사 매각에 따른 고용 불안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브릿지증권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6월 브릿지증권이 우리사주조합과 국내 자본의 공동 지분 인수로 매각된 데 대해 다른 매각 대상 기업들의 관심이 많았다"며 "차입형 ESOP를 통해 노조가 지분 인수에 참여할 경우 투기자본 인수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데 해당 노조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위원장도 "투기 세력에 회사가 매각되는 것을 막는 것이 이번 모임의 일차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들 노조는 인수 대금을 우선 노조원들의 퇴직금으로 충당하고 모자라는 금액은 차입형 ESOP를 통해 금융권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선뜻 돈을 빌려줄지는 미지수다.


개정을 앞둔 증권거래법 시행령에는 우리사주조합이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다고만 돼 있을 뿐 금융회사가 의무적으로 돈을 빌려주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은 매각 대상 기업 노조의 '지분 인수' 연합전선이 향후 매각 작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과 쌍용건설 주채권기관인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노조의 시도는 공적자금 최대 회수라는 공적자금관리 특별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LG카드와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을 침해하는 큰 물량은 안 되지만 작은 물량을 시가대로 인수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노조에 경영권을 준다거나 지분을 할인해 매각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채권단끼리 이 문제를 놓고 논의하거나 공동 대응할 계획은 없다"며 "노조측의 공식 요구가 무엇인지 나온 다음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연·서욱진·이태명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