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담배를 피우려면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서 피우라는 법이 시행된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전에 담배를 피운 사람의 행위를 무효로 돌릴 수 있습니까. 또 그에 대해 어떤 처벌을 할 수 있습니까. 모두 불가능합니다. 법을 지키려면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거에 완료된 행위를 현재 시점으로 끌고 와 어떻게 승인을 얻습니까. 금산법도 마찬가지 논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일명 금산법)' 시행 이전에 취득한 주식을 강제 매각하라는 명령은 원천적으로 소급 입법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든 사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삼성의 지배구조와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는 금산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내세우고 있는 '한도(5%) 초과 지분 강제명령' 주장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16일 발표했다. '법 시행(1997년 3월) 이전에 취득한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동일계열 내 금융사가 금산법상 보유 한도(5%)를 초과해 갖고 있는 비금융사 지분은 강제 매각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따른다면 소급 입법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은 우선 금산법 제24조를 보유금지 조항이 아니라 "동일계열 금융사가 계열 관계에 있는 비금융사 주식을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승인을 얻어' 취득하라"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으로 해석했다. 만약 취득 자체를 금지한 것이라면 소급 입법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제24조의 조항은 '취득하기 전에 승인을 얻어라'라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 적용 대상은 과거의 행위가 아니라 금융사를 통해 새로운 지배구조가 생기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산법 제정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주식의 경우 이 법 부칙에서 이미 승인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분명령권 적용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의 양금승 기업정책팀장은 또한 "금융회사를 활용한 지배력 확장 방지가 목적이라면 의결권만 제한해도 충분하다"며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주식 처분명령을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주식처분 명령 현실화에 따른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에 대해서는 실제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시도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적대적 M&A의 현실적인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며 주식 강제 처분이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처분 명령으로 주식을 일시에 매각하게 될 경우 적정한 매수자를 찾기 어렵고 주식 가격에 대한 협상력 약화로 헐값에 매각하게 되는 등의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금산법 개정 문제는 일정 유예기간을 거쳐 금융 계열사의 5% 초과 지분을 강제 매각토록 해야 한다는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 안과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정부 안을 놓고 당정 간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