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3일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사람 간 조류독감을 옮기는 시대가 올 것이고,오게 되면 그 파급 효과가 너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조류독감은 사스와는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많은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조류독감에 걸릴 사람이) 몇백만명은 될 것"이라며 "특히 겨울이 오면 계절적 독감이 유행할 것이고,이 독감이 조류독감과 결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계절적 독감을 막기 위해 백신(예방주사)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와 상당히 비슷한 것으로 굉장히 불안정하고 독성이 상당하다"며 "WHO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만 가볍게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곳이 뚫리면 어디든지 다 퍼지는 만큼 우리만 잘한다고 괜찮다고 할 수 없다"면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류독감 백신 부족 사태와 관련,이 총장은 "생산이 주문을 못 따라가고 카피약을 만드는 데도 2~3년이 걸린다"며 "필요한 국가에 백신이 할애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7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데 대해 "맨손인 나라도 많은데 그 정도라도 있는 건 굉장한 것"이라며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철저한 방역을 통해 없앴는데,이번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