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가본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크리스털이다.
값싼 실용품에서 고가의 예술품까지 다양한 크리스털 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도심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크리스털은 우리말로 수정이라는 보석이다.
하지만 보통 크리스털이라고 하면 산화납(PbO) 및 규석,석회석 등을 배합해 섭씨 1400~1500도의 높은 열로 녹인 후 연마 가공한 크리스털 유리를 말한다.
장인의 혼과 기술로 빚어낸 크리스털은 아름다운 광채,청아한 소리,투명도가 뛰어나 생활 속의 보석으로 사랑받고 있다.
체코가 크리스털로 유명한 것은 사암(沙岩) 때문이다.
모래가 오랜 시절 굳어 생긴 바위가 주변 광산에 많아 내륙 지역인 체코에서 크리스털 산업이 번창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보헤미아 크리스털로 알려져 있다.
보헤미아는 895년부터 1306년까지 존속한 왕조의 이름이다.
지역적으로는 체코 서부에서 융성했다.
이곳 보헤미아에서 유리 기술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18세기 말에는 금색을 곁들인 제품이나 보석에 버금가는 화려한 제품을 만들어 유럽의 유리문화를 주도했다.
보헤미아 크리스털은 1935년 브뤼셀 만국박람회,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각종 상을 휩쓸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프라하 근교에는 크리스털을 만드는 크고 작은 공장이 200여 곳에 달한다.
가공하는 데 필요한 물이나 땔감,나무틀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공장에서 만든 크리스털은 프라하 중심가에 몰려 있는 크리스털 전문상가나 선물점 등에 공급된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프라하 구시가지 중심에서 반경 1km 안에 크리스털을 파는 가게만 무려 100개가 넘는다.
발길 닿는 곳이나 눈길이 머무는 곳이 다 크리스털 가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연 세계 최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나라에서 수출하는 유리 제품이 지난해 420억코르나(Kc·체코 통화단위·1달러=23코르나)에 달한 것만 봐도 유리공예 산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유리공예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나라답게 세계 10대 유리공예 거장 중 7명이 이곳 출신이다.
현대 유리조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스타니슬라브 리벤스키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작년에 한국에서 열린 보헤미아 크리스털 대전에서 그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로 가서 보석과 도로 형광 제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와로프스키도 체코 출신이다.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니스에 있는 무라노 섬도 크리스털로 유명하다.
하지만 체코 크리스털과는 재질 면에서 다르다.
무라노 유리는 부드럽고 더디게 굳는다.
작업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꽃이나 새 같은 화려한 제품이 많다.
체코 크리스털은 빨리 굳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화려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커팅(자르기) 작업을 많이 한다.
주로 고급 식기나 잔 같은 용기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많다.
기술적으로는 그릇에 꽃무늬를 그린 에나멜식,바깥은 유리막 같은 빨간색이면서도 커팅하면 투명하게 보이는 에게르만식이 있다.
투명한 크리스털에 색깔이 더해지면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룬다.
색깔 있는 크리스털은 프라하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진 세자르에서 나온다.
색깔 있는 크리스털 중 가장 비싼 것은 빨간색 크리스털이다.
금을 넣어야만 나오는 색이기 때문이다.
유리 종류별로는 모제르(Moser) 크리스털이 제일 좋다.
영국 왕실에서도 모제르 크리스털을 쓴다.
모제르 크리스털로 만든 포도주 잔은 한 개에 30만원이나 할 정도로 비싸다.
크리스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장만하고 싶은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머니가 얇은 관광객이라면 공장 직영 상점을 찾는 게 좋다.
일반 가게보다 10~15% 싸다.
포도주 잔 6개 한 세트에 12만~13만원 정도 받는다.
모제르 크리스털보다 질이 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살 만하다.
크리스털을 사고 싶다면 시간에 좇기더라도 반드시 확인할 게 있다.
먼저 컵이나 잔을 들고 햇빛에 비춰 불순물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 다음에는 평평한 바닥에 내려 놓고 위를 눌러 흔들림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세 번째로는 위를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날이 빠졌는지를 확인한다.
몇 개의 잔이 한 세트로 된 경우에는 잔 전부를 꺼내놓고 똑 같은 방식으로 점검해야 한다.
마감 처리가 같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에는 한국 사람 앤젤라 킴이 운영하는 '쿠기'라는 크리스털 가게가 딱 한 곳 있다.
구시가지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폴리티스키 베즈뉴 거리에 있어 모르는 사람은 찾기 어렵지만 도심의 번화가인 바츨라프 광장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곳이다.
주로 한국 단체관광객들을 상대한다.
프라하(체코)=고광철 국제부 부장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