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류독감 발생 예보를 나흘 앞둔 10일 오후 1시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의 소래영농조합.양계장을 운영하는 이곳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취재진을 맞이한 것은 소독약이었다. 취재 차량은 물론 기자에게도 소독약을 뿌렸다. 소래영농조합 김연수 사장(58)은 걱정부터 쏟아냈다. 닭과 오골계 12만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그는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조류독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이번 주부터 판매가 줄기 시작했다"며 "다음 주면 매출이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방역을 자주하고는 있지만 김 사장은 아예 앞으로 한 달가량 새로 닭을 들이지 않을 예정이다. 조류독감이 엄습해오는 데도 대부분 농장주는 정부 지원이 부족해 자동 소독시설을 설치하지 못해 제대로 방역을 못하고 있다. 실제 이 농장엔 사육농가 네 집이 한데 모여있는데 이동 방역장비는 하나밖에 없었다. 닭과 오리를 사육하는 농가에 조류독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아시아에서 시작된 조류독감이 루마니아 등 유럽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농림부가 14일 조류독감 발생예보를 발령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닭과 오리 사육농가들은 방역 강화에 나서면서도 작년처럼 조류독감이 발생해 매출이 급감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남지역 최대의 닭 오리 사육단지인 나주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10년째 닭과 오리를 기르고 있는 박양기 우리두리가금영농조합 대표(47)는 "부도직전까지 몰렸던 작년의 조류독감 충격에서 이제 겨우 벗어났는데 또 조류독감이라니..."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미 매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파주 소래영농조합의 경우 출하량이 평소에 비해 20% 줄었다. 나주의 박 대표도 "조류독감 소문이 돌면서 닭 오리값이 폭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주지역의 한 닭고기 가공업체 관계자는 "소비감소와 조류독감의 여파 등으로 닭값이 계속 곤두박질치면서 가공 후 도매상 출하가격도 마리당 800원까지 떨어져 인건비 등을 빼면 마리당 200원가량의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경남 양산시 상·하북면 일대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아예 외부인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사전에 농가 허가를 받고 방역조치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7000여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는 김모씨(56)는 "14일 조류독감 예보가 발생한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지난번 조류독감사태로 달걀 반출이 금지된 악몽이 떠오른다"며 애를 태웠다. 상·하북면에서 차로 20분거리인 동면 일대도 비상이 걸렸다. 산란계 6500마리와 오리 100마리를 풀어키우고 있는 조모씨는 하루에 3∼4차례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그는 현재 조류독감을 옮기는 철새들이 농장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농장 주위에 그물을 칠 준비를 하고 있다. 관계당국도 예방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양산시 농업기술센터와 축산진흥연구소 중부지소는 우선 20명의 직원으로 조류독감 예방대책반을 마련했다. 12일부터 14일까지 구역 내 농가를 대상으로 닭과 오리,메추리,꿩의 피를 뽑거나 변을 채취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하고 농가를 방문,실태검사를 하기로 했다. 파주·양산·나주=김현예·김태현·최성국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