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정현식(鄭賢湜·62) 성균관대 교수는 국내 환경경제학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이후 교토의정서 등 환경 관련 규제들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정 교수는 자신의 이 같은 학문점 관심에 대해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를 통한 현실문제 해결을 강조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환경경제학 연구를 통해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석유와 같은 재생 불가능 자원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특히 "최근 10년간 강화되고 있는 환경 관련 국제 규제들이 에너지의 해외의존이란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교수의 다산경제학상 기념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


근대 한국을 빛낸 위대한 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며 학문적 업적을 기념하는 권위있는 큰 상인 다산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내 생애 가장 큰 영광이다.


과거 30여년을 대학에서 줄곧 경제학을 가르치고 연구해 오는 과정에서 최근 10여년간 지구환경 분야에서 기울여 온 나의 조그만 연구 노력을 학계 원로들께서 인정해 주신 데 대해 기쁜 마음으로 이 상을 받는다.


경제학자로서의 초기시절 나의 관심은 주로 외채문제,실업과 인플레 문제 등이었다.


1970년대 당시 한국은 외자도입과 수출주도에 의한 경제 성장을 주요 전략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던 시대였고,지속적인 국제수지 적자와 누적되는 대외채무로 인해 외채상환 문제가 한국 경제의 주요 관심사였다.


나는 이론적인 차원에서 어떤 조건하에서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국이 국제수지 균형 또는 흑자국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그리고 경제성장 과정을 통해 채무국이 채권국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그때 사용한 국제수지와 외채에 대한 모형의 예측대로 그 후 한국이 대외채무국에서 대외채권국으로 변모한 것은 경제 모형의 유용성과 예측력을 보여준 사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난 70,80년대에는 미국에서 돌아온 많은 젊은 경제학자들이 미국 주류 경제학의 전통에 따라 수리적 모형이나 계량적 기법을 그대로 소개하고 모형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이를 한국 데이터에 손쉽게 접목하는 연구 방식을 취해 왔었다.


이런 연구 분위기를 반영한 대학의 경제학 교육은 많은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난해하고 실증적 기초를 갖지 못한 추상적인 논리의 연습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최근 이에 대한 반성으로 경제학계에서 경제학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산이 주자학적 관념론에 젖어 조선 후기의 사회적 변동에 따른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당시의 주류 학풍에 대해 비판하고,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접근과 실학사상을 강조한 것은 오늘날의 우리나라 경제학계에도 적절한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나의 학문적 관심도 보다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것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으로 옮겨갔는데,환경경제학도 그중 하나다.


1992년 리우 환경정상회의와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규제와 에너지 문제가 새로운 주요 경제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감하고,환경문제에 응용될 수 있는 투입·산출 모형의 방법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의 정책적 함의는 교토 메커니즘상의 공동 이행 혹은 청정 개발체제를 활용한 해외투자에서 대상 산업들은 배출량 저감에서 실질 한계비용이 낮은 산업이 돼야 할 것이고,이는 바로 배출 집약도가 높은 산업들이라는 것이었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채택된 공동 이행,청정개발체제,배출권 거래제도 등 경제적 유인제도에 의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제시는 지구환경문제의 경제학적 성격을 더욱 분명히 해준 것이었다.


한국은 기후변화협약상 감축의무국이 아니어서 현재로는 교토의정서상의 감축의무가 없지만 제2차 공약기간(2013∼2017년) 중에는 감축대상 국가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9위 내지 10위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데다 경제성장에 따른 배출 증가율이 매우 커서 배출량 절대수준을 감축하는 어떠한 저감 의무 목표량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국내외 연구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나는 화석 에너지를 비롯한 재생 불가능 자원이 경제성장에 궁극적인 제약이 될 것이라는 인식하에 '지속가능한 성장'의 개념 정의와 그 구체적 지표를 측정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각국의 지속가능성 지표를 비교해 보는 시도도 한 바 있다.


정통 경제학의 생산비용에서 흔히 누락하고 있는 환경비용을 추정하거나 시장 가격이 없는 비시장 재화,특히 환경재화의 가치를 측정해 보는 것도 나의 환경경제학 분야에서의 연구 노력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설문을 통해 통계자료가 창출돼야 하거나 많은 통계 처리를 요구하는 작업이어서 순수이론 연구에서와 달리 많은 연구 조력이 필요하다.


에너지 원(源)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에 대한 새로운 국제적 규제는 에너지의 해외 의존이란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앞으로 또 하나의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될 것이다.


최소한 향후 10여년간 한국 경제가 당면할 주요 과제의 하나인 에너지 문제와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 저감 문제에 대해 과거 10여년간 내가 기울여 온 조그만 연구 노력에 다산 경제학상을 통한 학계의 인정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 약력


△1943년 7월27일 경남 진주 출생 △1965년 연세대 도서관학과(현 문헌정보학과) 졸업 △1971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경제학 석사 △1974년 웨스트버지니아대 경제학 박사 △1974∼1976년 미국 노스이스턴대 경제학 조교수 △1976∼현재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995∼1996년 한국계량경제학회 회장 △2000∼2002년 한국환경경제학회 회장




<> 논문 및 저서


△경제학방법론(1991년 형설출판사) △산업공해의 산업연관분석(1993년 성대 산업연구소) △산업공해의 요인과 환경규제의 효과 분석(1994년 한국국제경제학회) △국제금융론(공저,1999년 도서출판 해남) △이산화탄소의 배출요인 분해 방법(2001년 에너지:디 인터내셔널 저널) △국제산업연관표를 이용한 한국과 일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전과 변동요인 분석 (2002년 한국국제경제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