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들에 대한 거액의 세금 추징에 이어 관련자들을 검찰에까지 고발한 국세청은 "해낼 일을 했다"면서도 밝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외환위기 이후 연쇄 파산위기의 늪에 빠졌던 국내 기업들을 긴급 인수하거나 자금 수혈을 통해 회생의 디딤돌 역할을 해줬던 펀드들의 '또 다른 얼굴'을 들춰내야 하는 역할이 달가울리 없기 때문이다. 외국계 펀드업계에도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한 관계자는 "부당한 세금탈루가 있었다면 응분의 조치를 받는 게 당연하지만,외국 자본을 싸잡아 공격하는 빌미가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라며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계 펀드들은 자신들이 왜 곤경에 몰리게 됐는지에 대해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도한 채권 회수,엄청난 수익을 남기고도 조세회피지역을 통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은 행태 등이 그런 대목이다. 또 이들이 인수한 외국계 은행이 국내 주요 카드사와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수익 지상주의' 태도는 한국 사회 일각에서 반(反)외국자본 정서를 조성하게 하는 자충수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국세청의 이번 외국계 펀드 5개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 역시 이런 여론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더구나 탈세는 한국뿐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 붙일 수 없는 범죄임에 분명하다. 철저한 검찰수사가 이어져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도 이상의 '여론몰이'를 우려하고 경계하는 외국인들의 시각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한 외국계 펀드 관계자는 "우리들은 엄청난 리스크를 지고 한국에서는 아무도 사지 않는 부실채권을 사는 베팅을 했다. 고수익이라는 결과는 그 부산물일 뿐이다.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떼돈을 벌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 정도 이상의 여론재판이 벌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국세청의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그리고 검찰 수사라는 일련의 조치가 한국의 고질적 문제인 '국민정서법'에 따른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