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철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65)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대 SK경영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정년 퇴임 기념 강연회에서 테니슨의 시 '참나무(The Oak)'를 인용하며 "개인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참나무처럼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가벗은 힘'은 지위나 상황이 부여한 것이 아니라 본래적으로 갖고 있으며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힘을 뜻한다. 윤 교수는 '발가벗은 힘'을 가진 기업의 예로 농심을 들었다.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아닌 농심"이라며 "이는 저렴한 가격에 시원한 국물맛 등의 비약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농심라면의 발가벗은 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심 라면이 가진 힘 때문에 일본 중국이 우리 라면 시장을 넘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수에즈 운하 개통 경축용 음악으로 제작됐지만 불후의 명작이 된 오페라 '아이다'를 '발가벗은 힘'의 또다른 예로 들었다. 수에즈 운하 개통이란 옷을 벗어 던진 뒤에도 계속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작품 자체가 가진 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발가벗은 힘'을 기르려면 먼저 테니슨의 시에 나오는 것처럼 '착각에서 깨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동국 선수를 월드컵 국가대표로 발탁하지 않은 것은 그가 오빠 부대의 착각에 빠져 무리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서울대 교수의 옷을 벗었지만 학계나 기업에서 계속 러브콜을 할 정도로 '발가벗은 힘'을 가진 학자로 남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참나무(The Oak) 알프레드 테니슨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그리고,그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발가벗은 저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