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유부단한 결정은 내리지 않겠다." 말많고 탈많았던 SBS TV '루루공주'가 29일 막을 내렸다. 7월27일 첫방송 시청률 18.2%, 4회 시청률 24.7%.(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단순한 시청률 수치상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4회 시청률을 최고점으로 급전직하, 29일 최종회에서 12.6%를 기록했다. 방영 첫주 20%를 넘긴 드라마가 10%초반대로 떨어지는 건 보기 힘든 일이었다. 김정은-정준호라는 스타 배우의 후광을 철저히 이용해 기획된 이 작품은 방영 초기부터 간접광고 논란, 캐디 비하 발언 등에 휩싸였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도대체 말이 안되는 드라마 전개방식이었다. 급기야 10일 '억지스러운 극 전개와 과도한 간접광고, 무리한 제작일정' 등을 거론하며 주연배우 김정은이 출연 중단을 시사하는 글을 팬 사이트에 올려 일명 '김정은 루루공주 파문'이 일었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김정은을 만났다. 그는 영화 '사랑니' 홍보를 위해 빡빡한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를 만났던 날도 나흘 동안 하루 1~2시간씩 자며 드라마 촬영과 영화 인터뷰를 병행했다. 영화 '사랑니'에 관한 이야기와 별도로 '루루공주 파문'을 일으켰을 당시와 지금의 심정을 물었다. 그에게는 곤혹스러운 질문이었을 터. 그럼에도 그는 "발언 이후의 상황을 다 알고 있는 지금, 그 때와 똑같은 상황이 주어진다해도 난 똑같은 행동을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라고는 말 못하지만 파문이 일 것을 알고 한 행동"이라고도 했다. 주연배우로서 책임감 등에 대한 비판이 일 걸 알면서도 왜 그는 그런 행동을 취했을까. "답답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오늘은 속이 터질 것 처럼 울다가 내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인양 헤헤 웃고…"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던 그는 "모든 책임은 결국 내가 져야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고해성사하듯 말했다. "이제 내 나이 서른이고, 연기한 지 꽤 됐다. 이젠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잘 찾아서 해야 하는 때이고 그게 내 책임이란 걸 깨닫고 있다." 작품에 대해 파고들 시간도 없이 영화 '사랑니' 촬영을 마치자마자 다음날 '루루공주' 촬영을 시작했다. 상황에 떠밀려 '어,어' 하다 출연하게 된데다 갑작스레 조기 편성까지 결정됐다. '상황에 떠밀렸다'는 변명을 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 그가 가장 강조한 말은 "또다른 '자기복제'는 이제 피할 것"이었다. "내 기준에 모호한 작품은 안할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영화 '사랑니'를 보고나면 김정은이 왜 그리 '루루공주'에서 답답함을 가졌는 지 공감이 간다. 그 영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고, 또 더한 목마름을 느꼈기에 차기작이 단순히 자신의 이미지를 차용한 배역이라는 점에 대해 막막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김정은은 스태프들에게 '감사했다'는 말을 할 때 눈동자가 촉촉이 젖기도 했다. "(파문을 일으킨) 날 비난하기 보다 이해해주고 자신들이 못하는 말을 했다고 위로해줄 때 몸둘 바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게 어떠한 의미든 드라마 '루루공주'도 배우 김정은에게 하나의 가르침을 준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