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은 26일 사법부가 과거의 잘못을 벗어던지고 조직과 제도 개혁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것만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14대 대법원장 취임식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는 용기,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과 새로운 길을 여는 지혜의 결집이 요구된다"고 언급해 어떤 형태로든 사법부의 과거사 문제를 짚고 넘어갈 것임을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또 오는 10~11월 퇴임하는 4명의 대법관 후임자 제청과 관련,"진보냐,보수냐보다는 다양한 가치관과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라면 사법시험 기수나 출신 지역 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전관예우 관행에 대해 "그러한 관행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국민들 의식에 의심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법 신뢰에 대해 중대한 손상을 일으키는 문제"라며 "공직 퇴임 변호사 등의 수임 자료를 제출받아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근절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던 그릇된 유산을 깨끗이 청산하고 국민 곁에서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법관과 일반직 간부들이 종전과 달리 법복을 벗고 행사장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일·유승호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