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의 경제기사 돈되게 읽기] 6자 회담 타결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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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한 2001년 후반 이후 한국은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저성장,고실업의 구조적 상황에 던져진 채 지금까지 혼란 속에 파묻혀 있다.이념 갈등,세대간의 갈등,보혁 갈등이 교차되면서 사회의 안정성은 낮아졌고,그 결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그러나 이런 불안정성은 6자 회담 타결 이후 실질적인 북한의 핵폐기와 대북 경제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갈등의 뿌리인 이념문제가 완화되면서 경제도 장기적으로 안정·균형 성장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갈등의 완화→투자·소비 심리 개선 기대
6자 회담 타결은 국내적 갈등,특히 이념 대립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그동안 이념대결은 사회 갈등의 뿌리가 돼 투자 등 경제활동의 의사결정자인 보수적 중장년층의 사회와 경제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들었다.그러나 북한과 미국,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는 이념갈등을 완화시키면서 보수층의 현실 인식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경제의 주도 세대인 중장년층의 얼어붙은 심리가 풀리게 된다면 극단적으로 부진했던 소비와 투자를 증가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부동자금 축소 여부에 주목
이런 전망이 가능한 것은 지난 3~4년 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의 하나였던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한국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한 2001년 하반기부터 커졌기 때문이다.물론 저금리 상황에 대한 부적응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긴 했지만,경기 상황이나 주가 등 자산가격 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부동자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선진국의 경우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성 자금은 전체 금융자산의 10% 안팎에 불과하지만,한국은 금융기관 수신잔액의 51%를 넘기고 있다.자금 소유자들이 현재의 갈등 때문에 미래를 불안하게 예측하면서 자금도 안정성 만을 기준으로 운용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만일 6자 회담 타결 이후 후속 조치가 원만히 진행된다면 그동안 자리를 찾지 못했던 대규모 부동자금이 움직이면서 경제에 순기능 역할을 할 수 있다.사회 갈등이 유발한 불안감 때문에 극단적으로 줄였던 내수소비나 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갈등의 수준과 자금운용,투자,그리고 소비는 상호 역(-)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6자 회담 타결로 우리 사회의 이념 대립이 다소 완화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안정 구조에 진입하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 전체의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
또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동북아시아 전체의 지역 리스크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6자 회담 타결로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게다가 다소 껄끄러웠던 미·중,중·일관계도 호전되면서 동북아시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6자 회담 타결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넘어 일본,대만,중국 등 동북아시아 전체의 지역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시중 부동자금의 공격성 증대 예상
다만 6자 회담 타결은 앞으로 실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큰 만큼 당장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반면에 미래의 변화를 반영하는 금융시장은 후속 협상 과정이 본격화될 경우 우선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가까이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경우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였거나 아직 한국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던 보수적인 해외 장기투자가의 투자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북한문제의 불확실성이 낮아질 때 40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특히 8·31 조치로 부동산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북핵문제 해결이 결합될 경우,시중 부동자금은 리스크 보다는 수익률을 찾아 공격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6자 회담 후속 협상이 구체화되면서 금융시장이 긍정적 변화를 보인다면 2차적으로 실물경제 회복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세계화 시대에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과거보다 밀접해지고 있다.그래서 주식시장에서는 북한이 한국에서 주식투자를 할 경우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그만큼 보이지 않게 북한은 이미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인데,올 4분기에는 6자회담 후속 협상 과정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다양하고 긴 안목에서 살펴봐야 한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