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저희 은행은 돈이 남아돌아 아직 특판예금 계획은 없습니다. 고객 이탈이 우려된다면 그 때가서 검토해봐야겠지요" SC제일,씨티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이 연리 4.5%의 예금을 내놓은 지난 21일."특판예금 판매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우리은행 등이 특판예금에 가세하자 국민은행도 사흘 뒤 연리 4.5%짜리 예금을 판매키로 결정했다. 은행권이 수신금리 경쟁으로 뜨겁다. 시장점유율 5%에도 못 미치는 외국계 마이너 은행이 불을 지폈다. SC제일은행이 지난 13일 연리 4.5%짜리 정기예금을 전격 내놓았다. 일반 정기예금보다 0.5~0.7%포인트 높은 파격적인 금리였다. 당시 다른 은행들은 "손해보는 장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회의적 반응이었다. 그런 은행권이 보름여 뒤 일제히 연리 4.5%짜리 특판예금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은행의 가격(금리)경쟁은 예금고객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은행으로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시장 실세금리 지표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6%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평균 연5%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연리 4.5%짜리 특판예금은 비용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역마진을 볼 수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치상 특판예금에 돈이 몰리지만 실상은 만기 도래된 예금이 계좌를 바꿔 들어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새 고객을 창출하지 못하고 기존 고객에게 이자만 더 쳐주는 실익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뱅크 워(Bank war)'로 표현되는 은행 전쟁은 올해가 사실상 원년이다. 이전까지는 정부의 지원과 보호막 아래 사실상 '담합'을 유지해왔다. 씨티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등의 진출로 은행권의 공조체제는 이제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번 가격(예금금리)경쟁은 그 전쟁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예금금리 경쟁이 과열되면 결국은 그 부담이 대출고객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은행들이 가격경쟁에만 머물지 말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경쟁으로 승부해야 한다. 은행들로서도 그 것이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블루오션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장진모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