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5:14
수정2006.04.03 05:16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H의 K박사는 지난해 국책 과제로 반도체 소자 관련 기술을 2년간 연구 끝에 개발을 완료했다.
그는 개발 중간단계 때부터 특허청에 국내 특허를 출원,등록받았다.
그러나 특허가 등록되고 기술이전 단계에 이르자 이 기술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없었다. 반도체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기술이 그야말로 '구식'이 돼버렸기 때문. 이 특허 기술은 현재 연구기관의 파일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확보한 특허 10건 중 7~8건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성과의 민간 이전이라는 국책연구소의 기본적인 존립 이유가 흔들린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과학기술부가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과학기술계 19개 국책연구소가 국내외에 등록한 특허 7153건 가운데 활용된 것은 전체의 22%인 1581건에 불과했다. 76%인 5436건은 휴면되거나 사장되고 있고 2%는 경과기간이 지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 중 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천문연구원 등 기초과학 관련 연구원들의 등록 특허 전부가 쓰이지 못하고 있으며 항공우주연구원(98%) 한의학연구원(95%) 한국표준과학연구원(94%) 한국기계연구원(90%)도 90% 이상 특허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일부 출연기관들은 이런 퇴물 특허를 계속 갖고 있으면 특허 유지비만 들기 때문에 5~6년이 지나면 아예 특허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 특허가 이처럼 사장되고 있는 것은 특허기술이 기업 및 시장이 요구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는 내용이 많고 연구원과 연구기관의 상업화 노력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5년 동안 국가예산 8조원 이상이 투입된 출연연구소의 연구성과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연구개발 사업의 관리 및 평가가 활성화돼 특허가 사장되는 사태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개발도상국으로 기술 수출의 길을 터 휴면특허를 방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