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에선 이맘때면 빨갛게 사과가 익는다.


산비탈에 줄지어 선 붉은색 사과는 청정한 가을 햇살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영주는 사과의 고장이다.


매년 3400여 농가가 5만6000t의 사과를 생산해 낸다. 전국 총생산량의 12.8%다. 금액으로는 1000억원이 넘는다.


사과(沙果)는 그 한자표기가 암시하듯 햇빛이 풍부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그렇다고 물이 부족해서는 안된다.


알고보면 매우 까다로운 과일이다. 이 같은 어려운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이 영주다.


영주의 일조시간은 연간 약 2300시간으로 매우 길다.


또 연강수량은 1100∼1300mm로 경상북도의 다른 지역보다 200mm 정도 많다. 하지만 토양이 습하지 않다.


화강암의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마사토로 이뤄졌기 때문에 배수가 잘된다.


여기에 일교차 또한 커 당도를 높인다.


"영주는 소백산이 큰바람을 막아줍니다. 또 날씨가 맑은 쾌청일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편이라 사과에 깊은 맛이 듭니다." 풍기농협 구필회 조합장의 자랑이다.


현재 영주에서는 홍로, 아오리, 부사 등의 품종이 주로 생산되지만 풍기읍 전구2리 경일농원(054-636-3678)에 가면 50년 이상 된 홍옥 등 다양한 종류의 사과나무를 만나 볼 수 있다.


가지가 곧게 뻗은 젊은 사과나무들과는 달리 은은하게 곡선을 그리며 뻗어나간 굵직한 가지에서는 고고한 세월의 향기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빨갛게 물든 사과를 눈 속에 가득 담고 내려오는 길, 나무에 달린 사과 하나를 움켜쥐듯 따서는 "우적∼우적∼" 씹어 먹는 경험은 영주의 과수원에서 느껴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영주=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여행수첩 >


영주까지는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풍기IC에서 빠지면 서울에서 3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고속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무정차 고속 1만2900원.


0월 8일과 9일에는 부석면에서 사과축제가 열린다. 사과 따기 체험, 사과 빨리 먹기, 무료 시식 등의 이벤트가 준비된다.'사과향기 풍기는…'이란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사과는 영주군 풍기농협 백신지소(054-636-3209)로 연락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택배비를 포함해 5㎏짜리가 4만∼5만원.


소수서원 옆에 위치한 선비촌(054-634-3325)에서는 고가 숙박체험이 가능하다. 1만8000평 대지에 160억원을 투자, 모두 19채의 옛 건물을 재현했다. 건물 내부에는 34억원을 들여 진품 고가구를 배치했다. 1박 2만∼5만원으로 10월1일부터 닷새간 선비문화축제를 연다.


풍기IC에서 2분거리에 있는 약선당(054-638-2728)은 인삼을 이용한 한정식을 내놓는다. 약초생채무침이나 소백산 약초 장아찌, 인삼을 넣은 갈비찜 등이 정갈하다.


풍기IC 인근 소백산풍기온천(054-639-6911)은 지하 800m에서 끌어올린 유황온천수를 사용하며 인삼사우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입장료 어른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