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가죽이 옷을 만드는 것 이외에도 용도가 많다.피혁 공장에서 버린 자투리 가죽에 열을 가한 다음 각종 재료와 색소를 첨가해 젤리를 만드는 공장이 있는가 하면 닳아 빠진 가죽 신발을 원료로 가짜 우유를 만드는 업체까지 있다. 가죽 속에 들어있는 인조 단백질을 뽑아내기 위해 첨가하는 유독성 화학물질과 중금속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현지 언론에 잇따르고 있다. 중국 불량식품은 한국 등 해외 뿐만 아니라 중국내에서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중국 정부는 불량식품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는 그리 보이지 않는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전은숙 식약관은 "중국 정부는 식품기업 블랙리스트를 공개하고 올초 생산 허가 제도를 모든 식품으로 확대하는 한편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내 불량식품은 낙후되고 난립한 영세 생산업체들과 유통체계,복제에 대한 죄의식 결여 등 뿌리 깊은 문제가 산적해 있어 근절이 쉽지 않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가짜 우유는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 이전에도 가짜 우유는 있었지만,우유에 물을 더 타는 정도였다. 하지만 2003년께부터는 기술발전(?)으로 가죽신발과 가죽옷 등에 설탕과 첨가제 향료를 넣어 '우유가 전혀 없는 우유'를 만들어내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말 산둥성의 140개 식품대리상 조사에서는 유제품 불합격률이 35.5%에 달하기도 했다. 우유 3개 중 1개 정도가 가짜라는 얘기다. 가짜 우유만이 아니다. 유아들의 머리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일부를 사망케 해 물의를 빚은 가짜 분유,장기 복용하면 치매 증상을 유발하는 가짜 달걀,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가짜 술 등도 중국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는 불량식품들이다. 최근 중국 보건협회의 조사에서는 다이어트 미용 등 건강보조 식품의 35%가 가짜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실시한 76종의 아이스크림 제품 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36종의 제품이 합격 기준에 미달했다. 이달 초 창춘 등 13개 도시에서 유통되는 음료 조사에서는 30%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중국에서 먹을 것은 신선한 채소뿐"이라는 푸념도 있지만 채소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베이징 근교 농장에서 부추 등 채소의 뿌리에 맹독성 농약 3911을 뿌린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구이저우에서는 7~10년 된 쌀이 변색하자 표백제를 사용해 문제를 일으킨 적도 있다. 중국의 간판 상품인 차(茶) 역시 안심할 것이 못 된다. 최근 저장성에서 생산한 차 가운데 납 기준치를 60배나 초과한 차 700kg이 적발되기도 했다. 수산물도 문제다. 최근 한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장어 말고도 잉어 붕어 등에서까지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식음료품도 외국 브랜드를 도용한 불량 제품이 넘쳐난다. 참이슬 소주와 하이네켄 맥주 등을 모방한 주류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쯤 되면 '가짜 음식의 천국'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중국 당국은 언론을 통해 유해 식품 문제를 적극 공개하면서 불량식품 차단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난 여론을 희석화하려는 듯 외국 기업의 불량식품 문제를 지적하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급증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올 추석 월병(중국식 케이크) 제조를 위해 낙후한 현지 업체에 하청을 맡겨 세균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이 드러났고,KFC는 소스에 발암물질인 공업용 색소 수단을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네슬레 역시 일부 분유 내 요오드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게 밝혀져 곤욕을 치렀다. 까르푸는 현지 분유 업체의 불량 분유를 팔았다고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들 외국 업체는 대부분 위생관리 수준이 떨어지는 현지 업체에서 원재료 등을 조달한 것이 문제였다는 분석이다. 맥도날드가 지난 주말 중국에서 처음으로 4000여명의 소비자들에게 주방을 공개하는 행사까지 가진 것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중국 불량식품 문제는 현지에 진출한 외국 업체에도 '남의 일'이 아닐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