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3代걸친 세 여인의 3色사랑 '종려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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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나무의 꽃말은 승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는 데서 유래됐다.
유상욱 감독의 멜로영화 '종려나무 숲'은 서양의 신화에서 모티프를 빌려와 우리나라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에서 종려나무숲은 '사랑의 약속'을 의미한다.
어머니가 심은 종려나무숲은 딸의 삶과 사랑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적인 캐릭터들이 빚는 보편적 정서가 큰 울림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파워가 약하고 표현양식이 낡았다는 약점까지도 극복한다.
영화는 거제도 대우조선소의 여직원 화연과 어머니(김유미의 1인2역),할머니(조은숙)가 저마다 지닌 세 가지 사랑이야기를 포착한다.
남녀 차별과 시공간적 장벽에 가로 놓인 세 여인의 운명은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형성돼온 한(恨)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처음 만난 여인네들에게 대뜸 반말을 꺼내는 세 남자의 행동에선 뿌리깊은 성차별 관념이 엿보인다.
남녀관계의 주도권이 여성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요즘 세태와는 거리가 있다.
화연 모녀의 운명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은 여자에게는 기다림, 남자에게는 (여인에게) 돌아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랑의 시간적 초월성을 지적한 작가 메리 패리시의 명언은 이 영화의 주제가 된다.
"사랑은 시간을 파괴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일분이 영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영원이 한 순간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자연조건을 잘 살린 드라마는 사실성을 높여 준다.
종려나무숲이 있는 거제도가 배경이 아니라면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해변도로에서 굽어보는 바다풍경,동백나무 터널과 후박나무 군락지 등 이국적인 풍광은 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의 속성을 대변하고 있다.
화연의 연인인 국제변호사 인수(김민종)가 자신의 세계와 동떨어진 세계에 진입함으로써 진실한 사랑을 얻게 된다는 구성도 짜임새 있다.
화연 모녀의 이별은 '바다' 이미지로 드러난다.
모녀가 사는 거제도를 둘러싼 것은 바다이고 모녀의 남자들은 선장과 조선사업 관련 국제변호사다.
15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