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을 그만큼 높여야 한다는 얘긴데….'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 수준 저하 없이 심야 근무를 폐지키로 합의함에 따라 벌써부터 인건비 증가에 따른 원가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야 근무를 폐지하면 잔업이 없어지는 만큼 지금과 같은 라인 속도로는 생산 대수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2009년부터 새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생산 대수를 유지하려면 생산성을 높이려는 근로자들의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그러나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벌이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생산성 제고에 적극 노력할 지는 의문이다. 만약 생산성 향상 없이 심야 근무가 폐지된다면 현대차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근무형태 어떻게 다른가 새롭게 도입되는 주간 연속 2교대 제도는 현행 주야 맞교대(주간조 오전 8시~오후 5시,잔업 오후 6~8시/야간조 오후 9시~다음날 오전 6시,잔업 오전 6~8시)인 근무제도를 심야시간을 제외한 시간대에 연속적으로 교대하는 제도다. 예컨대 1교대조가 6시30분부터 오후3시까지 근무를 한 뒤 30분내지 1시간의 교대 시간을 거쳐 2교대조가 밤 11시30분 내지 자정까지 작업하는 형태다. 이렇게 되면 자정 이후부터 오전 조업시작 때까지의 심야시간에는 공장가동이 전면 중단된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실제 근무시간이 4시간가량 줄어들어 생산량이 20% 정도 축소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안대로라면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생산량이 감소하는 데도 임금은 현행대로 지급해야 하는 만큼 근로자들은 30%에 가까운 임금인상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생산량 축소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2004년 하버 리포트' 등에 따르면 현대차의 조립생산성지표인 HPV(Hours Per Vehicle;차량 1대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는 32.2시간으로 도요타(20.6시간) 혼다(20.6시간) 닛산(17.2시간) 등 일본 업체보다 훨씬 높다. 1인당 연간 생산대수(2003년 사업보고서 기준)도 현대차 32.0대인 데 비해 도요타와 혼다는 54.4대와 43.5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도요타자동차와 달리 현재 수출호조에 따른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매일매일의 잔업은 물론 공장별로 매주 특근까지 실시하는 상황"이라면서 "생산물량 감소분에 대한 만회대책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도 대부분 생산라인에서 주간 연속 2교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생산물량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주야 간 교대근무가 불가능해진데 따른 것이다. 또 주간 연속 2교대로 작업방식을 변경하면서도 임금을 그대로 보전해 준 곳은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협의하면서 생산성과 임금 수준을 연동시키는 방안에 합의를 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