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 동호대교 남단 KT 건물 앞.빨간색 노점 포장마차인 '압구정 닭꼬치'에는 퇴근시간을 앞두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향긋한 냄새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코끝을 자극한다.
닭구이 꼬치를 먹는 손님들 사이로 주정일 사장(31)과 종업원 한 명이 주문을 받고 고기를 굽느라 분주하다.
서울 길거리에 흔하디 흔한 닭꼬치 노점 가운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달리 소문이 자자한 '압구정 닭꼬치'.전국에 30여개의 프랜차이즈 노점이 생겼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요즘도 분점을 내겠다며 주 사장에게 매달리는 회사원이나 퇴직자들이 줄을 잇는다.
압구정 닭꼬치는 소자본 창업의 모델이라 할 만하다. 초기 투자비는 리어카에다 노점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 400만원 정도다. 가맹비가 없는 대신 본점의 주 사장이 공급하는 재료를 써야 한다.
주 사장이 성공한 비결은 간단하다.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답지(?) 않은 깔끔함과 차별화한 메뉴,정성어린 서비스가 전부다.
주 사장 스스로도 "식당의 기본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다른 노점과 달리 값싼 닭가슴살 대신 비싼 닭다리살을 주 재료로 쓴 고급화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얼리지 않은 신선한 닭고기를 손님의 주문에 따라 소금과 후추로 살짝 간을 한 후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종류로 내놓는다.
조리기기부터 여느 노점과는 다르다. 가스구이기로 섭씨 200~300도에서 곧바로 구워낸다.
옆에는 생선과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에 해물오뎅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꼬치를 맛보던 김의찬씨(25·직장인)는 "손님이 먹는 속도에 맞춰 닭꼬치를 먹기 좋게 잘라주는 서비스에다 개인별로 따로 간장 종지를 내주는 위생적이고 세심한 배려에 반해 자주 찾는다"며 "말이 노점이지 서비스 수준은 웬만한 호텔 음식점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7년째 노점을 운영 중인 주 사장은 경기도 연천 출신으로 닭꼬치 노점을 하기 전에 양말,호두과자,액세서리 등 온갖 장사를 해본 자칭 '장돌뱅이'다.
고교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주씨는 자동차 정비공이 되면 돈을 빨리 벌 것 같아 기능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기대보다 수입이 시원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방향을 장사 쪽으로 과감히 틀었다.
자동차 관련 대학에 합격까지 해놓고 포기한 것이 예전에는 아쉽기도 했지만 압구정 닭꼬치가 성공한 다음부터는 미련이 없어졌다.
그는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리던 때도 손님이 줄지 않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강남 주부들도 자녀들과 함께 와서 먹어보고는 포장을 해 달라고 한다"며 "손님들 얼굴의 흡족한 미소를 볼 때마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루 손님 수와 매출은 얼마나 될까. 주 사장은 "노점상 1급비밀"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계속 조르자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몇 백명은 들른다고 귀띔했다.
닭꼬치 한개가 1500원이고 오뎅이 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짐작이 간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내려보내는 재료값에서도 마진을 챙긴다.
노점 히트에 고무된 주 사장은 얼마 전 형 주정민씨(38)와 함께 '압구정 닭꼬치'라는 간판을 달고 노바다야키식 선술집을 냈다.
이 집은 닭꼬치 외에 어린양갈비가 인기 메뉴다.
이 역시 프랜차이즈를 시작해 이미 서울 홍제동과 노량진,충무로 3곳에 가맹점이 생겼고 이달에는 길동에서 문을 연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급한 편이라 바로바로 먹어야 하고 또 간혹 돈을 안 내고 가거나 먹은 꼬치 수를 속이는 손님도 있긴 하다"면서도 "늘 손님을 믿고 미소로 맞이하는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또 "체면이나 몸에 밴 틀을 과감하게 깨고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으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