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Biz ]


가수 겸 연기자 이현우(38)는 인터뷰 약속 잡기 힘들기로 소문난 연예인이다. 매체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고, 섭외만도 무려 2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이유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패션브랜드 ‘팻독’(FAT DOG) 가을 신상품 런칭 준비와 촬영, 화장품 ‘얼라이브’(ALIVE) 간부회의, 최근 시작한 KBS 월화 미니시리즈 <웨딩> 촬영에 SBS 파워FM <이현우의 뮤직 라이브> 진행, 그리고 2편의 연이은 CF 촬영까지, 옹색한(?) 변명쯤으로 여겼던 바쁜 스케줄은 ‘실제상황’이었다.




“일정이 빠듯하니까 회사에 매일처럼 들르지도 못해요. 대부분 급한 지시사항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전화기부터 들죠. (웃음) ‘팻독’은 출시 3년째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아 직원들을 믿고 많이 맡기는 편이고 ‘얼라이브’는 올 5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예상보다 반응은 좋지만 화장품시장은 워낙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이라 신경이 많이 쓰이죠. 정기적인 간부회의와 전체회의는 그래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현우에게 ‘겸업’은 이미 낯선 표현이 아니다. 1991년 ‘꿈’이라는 곡으로 가수로 데뷔한 지 14년째. 본업인 노래와 더불어 TV드라마와 스크린 연기를 비롯해 MC와 DJ로 꾸준히 활동해 온 터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다.


‘C&S어패럴’이라는 의류회사를 창업하고 그해 5월에 고급스러움과 심플함을 대변하는 프레피룩과 자유롭고 반항적인 힙합 컨셉을 믹스한 ‘팻독’(FAT DOG)이란 패션브랜드를 출시했다.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에게 의류사업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팻독’의 공동대표 김대경씨는 중학교 때부터 죽마고우예요. 그 친구는 일본 도쿄 문화복장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죠. 처음보다 덜 하지만 지금도 기획부터 품평회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제가 직접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현재 전국에 17개 대리점을 운영 중인데 스포츠와 감성 캐주얼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컨셉이 생각했던 것보다 마니아층을 많이 형성한 것 같아요.”


디자인 전공자답게 ‘팻독’의 로고까지 직접 창안한 그는, 브랜드의 모델로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 출시 3년째인 ‘팻독’은 매년 2배 이상의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C&S어패럴 영업담당 은희량 MD는 “이현우의 자유스러우면서도 바른 이미지가 제품에 대한 신뢰감과 디자인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를 더욱 높였다”며 회사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이현우를 통한 스타마케팅이 주 타깃인 10~20대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했음을 시사했다.


‘팻독’이라는 의류브랜드 창업이 디자인을 전공한 이현우의 백그라운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면 미백화장품인 ‘얼라이브’ 역시 유학시절 미국에서 얻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다.




“뉴욕에서 공부할 때 ‘얼라이브’라는 여성화장품을 접했어요. 마돈나를 비롯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용한다더군요. 직접 써 본 뒤에 한국에 가져가서 소개하면 참 괜찮겠다 싶은 확신이 들었어요.”


‘참 괜찮겠다’ 싶었던 제품은 장기적인 마케팅리서치와 시장분석을 통해 올 5월 한국에 선보였고 결과 역시 ‘안타’였다. 우리홈쇼핑을 통해 출시된 ‘얼라이브’는 첫 방송부터 주문접수 기준 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2년이 넘는 기간의 시장조사와 현지 소비자 반응에 대한 스터디가 ‘달콤한’ 열매로 손에 쥐어지는 순간이었다.


현재 그는 (주)얼라이브 아시아퍼시픽의 지분 약 20%를 소유하고 공동대표의 직함을 갖고 있다.



< 블루오션 개척…아시아권 진출 >


그렇다면 사업가 이현우는 과연 어떤 스타일일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는 타입’으로 다분히 꼼꼼하고 신중한 편이라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특히 화장품을 아이템으로 취급하면서 그는 여성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홈쇼핑에서 첫 출시를 할 때 ‘이현우’를 보고 제품을 많이 선택해 주시는 것을 보고 놀랐죠. 여성팬들이 생각보다 많으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제품력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출연을 많이 자제하고 있어요. 남자로서 화장품 스터디하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이런저런 정보를 듣기에 가장 좋은 루트는 아무래도 동료 여자연예인들이에요. 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여자연예인들과의 인간관계가 많이 좋아졌어요. 화장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연예인들만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없거든요. 연예인들이 애용할 정도의 화장품이라면 일반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죠.”


대기실에서 오가는 여자 연예인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그는 ‘얼라이브’에 대한 제품평도, 그가 경쟁상대로 여기는 수많은 수입 명품화장품들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체크할 수 있었던 것.


미백라인으로 첫선을 보인 ‘얼라이브’는 아이템당 3만~8만선의 중고가 제품으로 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기능성 자연주의 화장품’이 그 컨셉이다. 국내에서 홈쇼핑과 일부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아이템들은 미국 ‘얼라이브’의 아시아 매스터 라이선스를 가지고 한국인의 피부에 맞게 로컬화시켜 생산되고 있다. 일종의 OEM 방식인 셈이다.


“화장품 쪽은 아직 초기라 연구와 재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할 부분입니다. 화장품은 사실 ‘레드오션’ 시장이에요.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신규 브랜드가 뛰어들기에는 더욱 그렇죠. ‘얼라이브’가 제품력을 바탕으로 ‘명품’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아직 멀었어요.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소비자들이 보여주신 관심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화장품만큼 입소문이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는 제품도 없거든요. 가을에는 링클라인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고 국내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아시아로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도 갖고 있어요.”


‘얼라이브’와 관련, 그가 검토하고 있는 아시아권 시장은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이다. 의류인 ‘팻독’ 역시 1년 이상의 시장조사를 통해 이번 가을 중국 베이징에 대리점 1호 오픈이 확정, 순탄하게 진행 중이다. 베이징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패션으로 활보하는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도 머지않은 듯하다.


주식투자로 인해 한 번의 ‘쓴잔’을 들이킨 경험이 있다는 그는 비즈니스의 덩치가 커질수록 요즘은 자산관리에 더욱 신중해졌다고 귀띔했다.


지난 8월23일 방영을 시작한 미니시리즈 ‘웨딩’에서 이현우는 후배의 애인을 가로채는 외교관 ‘서진희’로 분해 보다 공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손대는 것마다 ‘안타’를 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업가인 그에게 이번 드라마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한경비즈니스 장헌주 객원기자 hannah315@naver.com


사진제공=C&S어패럴, (주)얼라이브 아시아 퍼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