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률 그라비티 회장(52)은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벤처 대박'을 터뜨렸다.


매각대금으로 일시에 약 4000억원을 거머쥠으로써 올 상반기 국내 최고의 '벤처 갑부'로 꼽혔던 김정주 넥슨 사장(재산총액 3550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전남 해남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 회장은 1967년 14세의 어린 나이에 홀로 상경했다.


스스로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다"고 말하는 독불장군 스타일인 김 회장은 고려대 사대부고를 졸업한 뒤 8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가 치요다공업기술전문대학을 졸업했다.


이때 일본 생활 경험이 사업을 시작한 후 글로벌 경영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게임 사업 경력 24년의 김 회장은 '게임 1세대'에 속한다.


그는 1982년 직원 2명으로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게임기판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무역회사를 설립해 홍콩 스페인 등에 게임기판을 수출했다.


1988년엔 국교 수립 전에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처음으로 큰 시련이 닥쳤다.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자금난에 처해 부도 위기에 몰렸다.


고민 끝에 사업 품목을 음악반주기로 바꿨다.


게임기판 만드는 기술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략이 맞아떨어져 위기를 넘겼다.


온라인게임 업체 그라비티를 설립한 것은 2000년 4월.지금으로부터 5년여 전이다.


첫 작품은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인 '라그나로크'다.


바로 이 게임이 그에게 '대박'을 안겨줬다.


라그나로크는 세계 39개 국가에 진출,3000만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게임은 지금도 게임 강국인 일본에서만 월 15억원씩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 2월엔 주식을 나스닥에 상장,게임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나스닥 상장은 김 회장에게 두 번째 시련을 안겨줬다.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망이 어두워진 것.


돌파구를 찾던 김 회장은 일본 진출 초기부터 협력해온 소프트뱅크를 '백기사'로 선택했다.


그는 "줄기차게 해외 시장을 공략했는데 회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한계를 느꼈다"며 "나 혼자만의 힘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조만간 회장직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그는 "회장직을 그만둔 후에도 회사에 출근해 계속 경영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측이 경영자문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경영진에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의 '그라비티 신화'에 대해 경쟁업체 관계자는 "애써 키운 회사를 일본에 넘긴다고 하니 솔직히 좋아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청계천에서 게임기판을 만들던 사람들 중에 김 회장 만큼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1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