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의 임금은 매년 큰폭으로 인상되고 있는 데 반해 생산성은 여전히 경쟁업체에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HPV·Hours Per Vehicle)은 32.3시간으로 닛산(17.2시간) 도요타(20.6시간) 혼다(20.6시간) 등 일본업체는 물론 크라이슬러 등 미국업체들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는 39.1시간으로 현대차보다도 생산성이 더 낮다.
이는 미국 자동차연구소 하버가 발간한 '2004 하버 리포트'에 따른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1인당 연간 생산대수도 경쟁업체에 크게 뒤처진다.
2003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한 1인당 연간 생산대수는 현대차 32.0대,기아차 27.3대다.
이에 비해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54.4대와 43.5대에 이른다.
1인당 매출액도 △현대차 40만6942달러 △기아차 34만4363달러 △도요타 119만2808달러 △혼다 106만1793달러 등으로 격차가 크다.
이처럼 현대·기아차의 생산성이 경쟁업체에 비해 현저히 낮은 데도 임금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의 임금인상률은 2001년부터 작년까지 7.8~10.0%로 물가상승률보다 2~3배나 높았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임금인상률이 생산성 향상률의 10배를 넘는다.
회사측에 따르면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임금(연봉)은 2000년 3530만원에서 지난해 5280만원으로 49.5%나 뛰었다.
반면 1인당 연간 생산대수는 2000년 27.0대에서 지난해 28.0대로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해왔는 데도 임금은 매년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 "노조측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닷새째 부분파업을 지속했고 기아차도 사흘 연속 파업을 강행했다.
지금까지 파업에 따른 피해액은 현대차가 2336억원,기아차가 1189억원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