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골프장을 선정하는 기준에 '기억성'(memorability)이라는 것이 있다.라운드후 각 홀들이 얼마나 기억에 남느냐를 따지는 것이다.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국내에서 렉스필드CC(경기 여주)만한 골프장도 찾기 힘들듯하다.


그 렉스필드CC를 여타 골프장과 차별화한 주인공은 성상용 대표(57)다.성대표는 렉스필드CC 27홀의 각 홀들이 모두 변화무쌍하다며 '27홀27색'이라고 표현한다.


성대표는 27홀 전체를 그리고 있는듯 특징홀을 거침없이 설명한다.


"레이크 7번홀은 '블랙홀'입니다.벙커 모래가 검정색이기 때문이죠.밸리 8번홀은 '스카이홀'인데 일명 '묻지마 홀'이지요.이 홀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거리표시도 안돼 있고 홀도 안보입니다.경기보조원의 도움도 없습니다.잡념없이 풍광만 감상하고 홀아웃하라는 뜻이지요."


그는 또 레이크 4번홀은 '백조의 호수' 홀이라고 했다.


이 홀에 다다르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나오기 때문이다.


"마운틴 3번홀은 '고요의 홀'로서 여기서는 농담도 안 되고,내기도 안 됩니다. 오직 물 바람 새 풀벌레소리를 들으면서 스스로 플레이해야 합니다. 밸리 5번홀은 '아로마홀'인데 이 홀에 이르면 허브향기가 진동합니다."


끝이 없을 듯해 화제를 서비스쪽으로 돌렸다.


성 대표는 서비스측면에서도 색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렉스필드CC는 회원 수가 365명이다.


연중 날마다 회원 1명을 극진히 접대하는 '회원의 날'로 정해 그날은 회원 본인뿐 아니라 동반자에게도 그린피를 받지 않는다.


그날만큼은 선정된 회원이 임금처럼 대접받는 셈이다.


경기보조원을 뽑는 방식도 독특했다.


"'필드의 스튜어디스를 모집합니다'라는 광고문안에서부터 차별성을 부각했지요. 84명 전원을 전문대졸 이상만 뽑았습니다. 그것이 고급을 지향하는 골프장의 이미지에 부합하고 보조원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렉스필드CC의 보조원 비용은 10만원으로 전국 골프장 중 가장 높다.


성 대표가 '명문 골프장'을 고르는 안목도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요컨대 미국의 명문과 한국의 명문은 그 선정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것.그는 '한국적 명문 골프장' 선정기준으로 다섯 가지를 들었다.


첫째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칠 수 있도록 부킹이 자유로워야 하고,둘째 교통이 편리해야 한다.


셋째 코스는 '난도'(難度)보다 '재미'에 중점을 둬 설계해야 하며,넷째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골프장 운영주체는 개인보다 기업이어야 신뢰성을 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렉스필드CC는 4일로 개장 2년째를 맞는다.


신설골프장이지만 회원권 가격으로 따지면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런 데도 성 대표는 내년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경영을 잘해 렉스필드CC가 '최고 골프장'이라는 평가를 받게 할 것이며,흑자 원년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