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제약회사 영업맨 한모씨(29)는 몇 년 동안 타고 다니던 자가용을 집에 두고 지난달부터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거래처를 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휘발유값이 부담스러워 고민하던 그는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한씨는 "거래처를 두세 군데로 묶어 영업활동에 필요한 샘플만 들고 거래처를 방문하고 있다"며 "기름값을 무서워 하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탄다는 영업맨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고유가의 불똥이 영업맨들에게도 튀었다. 영업맨의 '발'인 차를 두고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영업맨들이 늘고 있다. 주유소와 자동차정비업체들도 영업이 안 돼 울상이다. 주유소를 찾는 고객과 엔진오일을 교환하려는 고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일부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ℓ당 1600원대에 파는 등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영업맨들이 교통수단을 지하철 버스 등으로 바꾸고 있다. 영업맨들이 자신의 필수품인 '자동차'를 놓고 다니는 극약처방을 할 정도로 고유가의 위력이 거세다는 걸 의미한다. 건설회사 영업을 담당하는 김모씨(29)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름값이 비싸져 회사에서 지원하는 35만원으론 부족할 때가 많아 한 번에 5만원씩 주유하던 걸 3만원으로 줄였다"면서 "아예 얼마 전부터는 1주일에 2∼3일은 집에 차를 두고 지하철로 이동하며 설계판촉 영업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린터기 잉크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강모씨(28)의 경우 고유가 시대에는 기름값 절약하는 방법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씨는 "얼마 전 주유금액을 적립해주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며 "서울시내에서는 1만원어치만 기름을 넣고 ℓ당 150원가량 싼 경기도에 가서 주유하고 온다"며 '짠돌이 주유법'을 귀띔했다. 집에 자가용을 두고 출퇴근 버스를 이용하는 대기업 직원들도 늘었고,기업들은 차량 10부제나 차량요일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의 모 부장은 "회사 공무로 차를 쓸 경우 기름값이 지원되지만 출퇴근 때는 그렇지 않아 지난주부터 회사 출퇴근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퇴근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무척 늘어 빈자리도 거의 없다"며 "최근에는 회사 차원에서 에너지를 아끼자며 차량 10부제 동참 운동을 실시하는 등 사내 캠페인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기름값이 크게 올라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면서 주유소나 자동차정비 업체에도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서울 관악구의 A주유소는 손님을 끌기 위해 얼마 전부터 110만원 상당의 HD-TV 등을 추첨으로 나눠주는 경품행사를 시작했다. A주유소 관계자는 "손님이 없어 경품행사를 하는 데도 약발이 안 먹힌다"면서 "들어오는 차량 대수도 준 데다 기름을 가득 채우는 손님보다 1만~2만원어치만 넣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공업사 문기태 사장(44)은 "기름값 때문에 사람들이 자동차 운행을 삼가서 그런지 몰라도 석 달 사이에 손님이 20%나 줄었다"면서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고객은 절반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