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의 히트 이후 역사추리소설이 전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셜록 홈즈처럼 머리 좋은 천재가 미궁의 사건을 파헤치는 단순한 추리소설과 달리 최근작들은 과학적인 수사기법과 역사적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버무린 '팩션' 형태의 소설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히스토리언'(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조영학 옮김,김영사)은 서양인들에게 낯익은 캐릭터인 드라큘라를 부활시킨 작품이다.


드라큘라는 15세기에 실존했던 루마니아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영화나 소설에서 그는 곧잘 잔혹한 흡혈귀로 묘사돼 왔지만 코스토바는 이런 시각 대신 잔인하지만 지성적인 인물로 그를 되살렸다.


코스토바는 이 데뷔작을 쓰는 데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드라큘라 이야기를 처음 듣고 관심을 가진 뒤 어른이 돼 이 작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것.그녀의 이 데뷔작은 지난해 한 경매에서 무려 200만달러(약 20억원)라는 거액의 판권료를 받고 팔렸다.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이어 28개국과 번역 출간 계약을 맺었다.


소니 픽처스는 150만달러(약 15억원)에 영화판권을 샀다.


'장미의 이름'과 '다 빈치 코드'를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의 '이중 설계'(프레데릭 르누아르·비올레트 카브소 지음,이재형 옮김,예담)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의 고성 몽생미셸을 배경으로 그 안에 숨겨진 1000년간의 비밀을 파고 들어간 건축 미스터리 소설이다.


제목처럼 11세기와 21세기의 두 이야기가 몽타주 기법처럼 교차되며 이중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구조의 작품.


주인공은 30대 초반의 여 고고학자 조안나.


'다 빈치 코드'의 여주인공 소피 느뵈처럼 미모와 지혜를 갖춘 이 장르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서스펜스와 정교한 인과관계는 자칫 지나친 음모론으로 읽힐 수도 있는 소설의 내용을 개연성 있게 감싸준다.


'퍼플라인'(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지음,김청환 옮김,휴먼앤북스)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걸려 있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작자 미상의 그림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16세기 후반 프랑스왕 앙리 4세의 정부였던 데스트레와 다른 한 여인이 나체로 욕조에 들어가 있는 그림.여기에 담겨 있는 스토리는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누구이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귀족 부인들을 욕조 속 반라(半裸)의 모습으로 외설스럽게 그렸을까.


이것이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이며 동시에 이 소설이 전개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치밀한 스토리전개와 함께 16세기 프랑스와 유럽의 정세,궁정의 풍습 등 인문학적인 정보들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


'단테클럽'(매튜 펄 지음,이미정 옮김,황금가지)은 2003년 '다 빈치 코드'와 함께 미국에 역사 추리소설 붐을 일으킨 문제작.단테의 '신곡'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신과 음모,연쇄살인을 치밀하게 그렸다.


1865년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저자는 '단테 클럽'의 활동을 연구한 학술적 공로를 인정받아 아메리카 단테 협회에서 단테상을 받기도 했다.


2003년 미국 대형 서점 보더스의 '올해의 작품상'도 받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