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업체의 횡포는 당해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의 한 가전업체 중국법인 마케팅 담당 임원의 얘기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궈메이에 물건을 납품하려면 한국의 유통업체보다 4~5배 정도 높은 입점비를 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높은 입점비에다 잦은 판촉행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반면 궈메이의 대금 결제기간은 지켜지지 않는 때가 허다하다고 한다.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한국 업체들이 겪는 위험 중 하나가 유통업체의 횡포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궈메이에서 철수키로 했다는 중국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삼성은 즉각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현지 업계에선 삼성을 길들이기 위해 중국언론 보도가 나왔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체에 휘둘리는 건 한국업체만의 얘기는 아니다. 독일 지멘스 등 일부 외국업체가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가전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가 중국 유통업체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중국업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궈메이는 가격인하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중국 유력 에어컨업체인 거리(格力)의 제품을 모든 매장에서 몰아낸 적이 있다. 제일재경일보는 최근 중국 가전업체 경영자 말을 인용,"제조업체가 100위안짜리 상품을 팔면 35위안은 유통업체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이 소매유통시장을 전면 개방해 한국 가전업체도 매장을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됐지만 고정 비용이 만만치 않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국 유통업체의 파워는 갈수록 세지고,한국 업체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