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의 새 민간인 지도부가 부시 행정부 1기 때에 비해 이념적 색채가 엷어지고 좀더 균형잡힌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22일(현지시간) 폴 울포위츠 전 부장관, 더글러스 페이스 정책담당 차관 등 핵심 네오콘이 떠난 자리에 각각 들어선 고든 잉글랜드 부장관과 에릭 에델만 차관 등 새 민간팀의 특성을 이같이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은 인물 교체가 기본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으나 신문은 새 팀이 "강조점과 스타일 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최근 미 국무부에 대해서도 부시 2기에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들어서면서 존 볼턴 전 차관보 등 대표적 네오콘이 물러남에 따라 대북 정책을 비롯해 국무부의 대외정책이 라이스 장관의 '실용주의적 이상주의'에 따라 대원칙은 고수하면서도 실제 접근 방식에선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었다. 부시 행정부 자체가 2기 들어 기본 정책이 바뀌었다고 말할 경우 자신들의 1기 정책이 실패라고 자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에 원칙은 불변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라이스 장관 취임 6개월 분석 기사에서 지적했듯 라이스 장관이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배경으로 대외정책을 장악한 채 "원칙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동맹들의 우려를 기꺼이 수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거나 "외국정부와 대립하지 않는 모양으로 직접 말하는 법을 알고" 있는 점 등은 네오콘이 득세했던 1기 국무부 때와 판이한 변화이다. 6자회담에서 북미간 양자 접촉을 사실상 전면 허용한 게 접근법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국방부의 변화에 대해서도 워싱턴 포스트는 국방부내 국방정책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정책 관점에선 어떠한 근본적인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울포위츠 전 부장관과 페이스 전 차관 등이 이라크전 감행 등 1기 때의 이라크 정책을 주도한 뒤 선제공격론 등으로 정치적 쟁점의 중심에 섰던 것과 달리 잉글랜드 부장관은 국방부 살림을 사는 전통적인 부장관 직무에 초점을 맞춰 정치적 논란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록히드 마틴 등의 경영진을 지내는 등 항공우주산업 전문가이기도 한 잉글랜드 부장관은 특히 국방부의 무기 구입 체제가 붕괴상태로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보고 이의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에델만 차관 역시 노련한 직업 외교관 출신답게 워싱턴 정가의 이념 논쟁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럼즈펠드 장관의 새 비서실장에 임명된 미 하원 군사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출신인 로버트 랑겔은 오랜 의회 경력을 자산으로 국방부, 특히 럼즈펠드 장관과 의회간 관계를 원만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이 지난달 군사위 민주당 중진인 아이크 스켈턴 의원을 초청, 처음으로 사적인 조찬을 함께 한 것이 의회와 관계개선 노력의 일단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옛 팀도 능력이 뛰어났던 만큼 신.구팀의 차이는 능력 때문이 아니다"며 "문제는 균형감각이며, 네오콘이 득세했던 때에 비해 현재 균형이 잘 잡혀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변화에 대한 미 언론의 긍정적 평가는 스타일의 차이도 큰 변화를 낳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